[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맞아,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 성장 전략을 다변화하기 위해 대규모 비수도권 투자 계획을 내놨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국내 주요 기업들의 과감한 결단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10년간 총 2,000조 원에 달하는 민간 투자가 지방 곳곳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여야가 정권 심판론과 국가 생존론으로 맞서면서, 국회 상임위원회와 대정부질문 등 정치권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대 권역별 미래 산업 축…‘지방 대전환’의 신호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부 부처, 대기업 총수, 학계와 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회복에서 대도약으로, 초격차 대한민국’을 내건 이번 보고회는 한국형 인공지능 산업혁명을 이끌고, 균형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민관 합동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에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국가 성장 전략을 다극화하기 위한 대규모 비수도권 투자 계획이다. 삼성과 SK 등 주요 기업들의 결단이 더해지면서 추진에 힘이 실렸다.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로 확보한 대기업의 막대한 자금을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첨단 산업 기지로 돌려,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과 ‘초격차 기술 확보’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루겠다는 의도다.
핵심은 지방의 지리적 한계를 첨단 인프라로 극복하고, 권역마다 차별화된 미래 산업을 키운다는 점이다. 우선, 호남권에는 제2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이는 경기 용인에 있는 기존 클러스터와는 별개로 조성되는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다.
당초, 검토되던 후공정 단계를 넘어, 반도체 제조 핵심 공정인 최첨단 생산라인을 직접 구축해 남부권 반도체 벨트의 핵심 기지가 될 전망이다.
충청·강원권에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집약적으로 들어선다. 여기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과 부품·장비 공급망까지 연계해, 중부권에 거대한 첨단 산업 벨트를 완성시키게 된다.
영남권은 피지컬 AI와 우주항공, 로봇 산업에 힘을 싣는다. 가상 세계의 AI를 실제 하드웨어와 결합하는 ‘피지컬 AI’를 키우고, 창원과 사천 등 기존 제조 인프라를 토대로 우주항공과 로봇 산업 중심의 복합 산업 지대를 조성한다.
양사 합산 2,000조 원 투자 확정… “역대 최대 규모”
이번 보고회의 가장 큰 소식은 삼성그룹과 SK그룹이 앞으로 10년 동안 총 2,0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점이다. 이는 해외 언론도 “한국 연간 예산(728조 원)을 훌쩍 넘고,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가까운 전례 없는 금액”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다.
정부의 비전에 발맞춰, 삼성그룹과 SK그룹은 향후 10년간 각각 약 1,0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보고회에 직접 참석해, 지역별 세부 투자 로드맵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 신설과 충청권 온양·아산캠퍼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첨단 패키징 라인 확장,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산 투자 등으로 전국 곳곳에 제조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동시에 영남권의 삼성SDI(울산), 삼성전기(부산), 삼성전자(구미) 등 주요 계열사들도 인프라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양사가 계획한 투자는 AI 시대의 핵심 기반인 반도체 인프라에 약 1,500조 원, 그리고 AI 데이터센터와 팩토리에 약 500조 원이 집중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그룹(1,000조 원+α)은 인공지능 확산에 맞춘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국가산단 투자 일정을 크게 앞당겼고, 광주와 호남 지역을 새로운 미래 생산 거점으로 공식 지정했다. 또한, 충청권 온양·아산캠퍼스의 HBM 첨단 패키징(후공정) 라인 확장과 디스플레이 분야 투자 확대도 확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장 수요에 미리 대응하려면 전 국토에 최첨단 제조 생태계를 펼쳐야 한다”며, 7월 2일 아산캠퍼스에서 구체적인 추가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1,100조 원 안팎) 역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호남권 반도체 전공정 분야에만 700~800조 원을 쏟아붓는다. 팹(제조공장) 한 곳을 짓는 데 최소 60조 원이 들어가는 만큼, 호남 지역에만 4곳 이상의 첨단 팹이 들어설 전망이다. SK텔레콤, SK가스 등 그룹 역량도 모아 충청·강원, 울산 등 전국 5개 거점에 기가와트급 글로벌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며, 여기에만 350조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4개 부처 합동 지원… 인허가·전력·용수 공급 ‘패스트트랙’
정부는 산업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가 힘을 모아 행정 및 재정 인프라 지원에 나선다. 전력망 확충, 초순수용수 공급, 산업단지 인허가 패스트트랙, 배후 거점도시 조성 등 수십 개 후속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착공 시기를 최대 12년이나 앞당기며, 글로벌 시장의 우위를 미리 확보할 방침이다.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이 함께 분석한 ‘3대 메가프로젝트 거시경제 파급효과’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민간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사상 최대의 낙수효과가 기대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반도체로 생긴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지방 연구시설과 공장, 전력망으로 재투자되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투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시장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대규모·장기 투자를 안심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경제부처 합동 지원체계를 즉각 가동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앞서 미래 첨단산업 벨트 구상(호남권 반도체, 충청·강원권 AI 데이터센터, 영남권 피지컬 AI·로봇)을 발표했고, 이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대의 난관으로 꼽혔던 전력·용수 공급 방안을 직접 공개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남 해안권 전력망을 연결하고, 하루 100만 톤 이상의 산업용수를 책임질 전용 관로 건설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경기 용인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내 6개 팹 건설 시기도 종전보다 최소 7년, 최대 12년 앞당겨, 과감하게 ‘투 트랙 스피드전’에 나설 예정이다.
2,000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재원이 공식화된 지난달 29일 오후 2시를 기점으로, 국내 증시는 뜻밖의 반전을 맞았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4.71% 하락한 32만 3,000원에, SK하이닉스는 무려 8.36% 급락한 267만 3,000원에 각각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최근 AI 메모리 수주 급증 기대감으로 38만 원, 300만 원이라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터라, 대규모 투자 발표라는 초대형 뉴스가 나오자 외국인과 기관이 ‘뉴스에 팔자’며 일제히 차익 실현에 나섰다. 반면, 코스닥 시장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주는 말 그대로 불이 붙었다.
앞으로 10년 동안 지방 산업단지에 투입될 장비와 소부장 국산화 물량이 엄청날 것이란 기대에, 코스닥 시장에서는 장 초반 프로그램 매수 주문이 몰려 잠시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野 “與 권력투쟁 물타기용 정략”…李 “경영적 이익 따른 결단”
정치권은 대규모 발표 직후 곧바로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발표를 “여당 내부 권력 다툼을 가리기 위한 정략적 포퓰리즘이자 대기업을 압박한 ‘관치 경제’의 부활”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부와 여당은 이에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어우러진 정당한 행정지도”라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야당이 제기한 핵심 의혹은 ▲ ‘여당 권력 다툼 시기에 맞춘 정략적 활용’ ▲ ‘기업에 대한 관치·압박’이었다.
‘정략적 활용’이라는 지적은, 최근 여당 내에서 차기 대권과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자, 거대 경제 이슈를 일부러 터뜨려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권 내부의 복잡한 갈등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존재하지도 않는 ‘10년간 2,000조 원’이라는 숫자를 급조해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관치·압박 의혹’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움직이는 대신, 정부의 ‘지방 균형발전’ 구호에 맞춰 호남 등 비수도권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요즘 글로벌 대기업은 정부가 압박한다고 해서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수백조 원을 투자할 만큼 순진하지 않다”며, 정부가 용수, 전력, 부지, 세제 인센티브 등 완벽한 기업 환경을 제공하자 CEO들이 철저히 경영적인 손익을 따져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은 직권남용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설득과 요청의 결과로, 정당한 행정지도이자 조성행정”이라며, 지역 갈등과 정치적 비난을 멈춰달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 투자가 정부의 ‘조성행정(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행정)’의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정부가 호남권의 풍부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서남해안 전력망을 연계하고, 하루 100만 톤 이상의 산업용수 공급 예타 면제를 약속하는 등 ‘완벽한 인프라’를 먼저 제시했기 때문에 CEO들이 철저한 실리 계산 끝에 움직였다는 취지다.
한편, 정치권이 ‘정당한 유도’냐 ‘강압적 관치’냐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면서, 삼성과 SK그룹 역시 말을 아끼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다.
양대 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인허가 패스트트랙, 전력·용수 인프라 100% 보장을 약속해 준 덕분에 장기 투자를 결심할 수 있었다”며, 신중하게 정부 측 입장을 뒷받침했다.
실제 AI 시대의 핵심인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팹을 제대로 가동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꼭 필요하다. 수도권 전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수도권 투자 역시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야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담을 정부도 크게 느끼고 있다.
여야가 이번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한쪽은 ‘정권 심판론’,다른 쪽은 ‘국가 생존론’을 내세우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앞으로 국회 상임위나 대정부질문 등에서도 충돌이 더 심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남 “역사적 경사” VS 영남·용인 “선거용 역차별”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내세우면서 지역 민심은 크게 갈렸다. 주식시장도 대형 반도체주와 중소형 소재·부품·장비 종목 사이에 극단적인 비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크게 출렁였다.
정부가 호남권에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충청·강원권엔 ‘AI 데이터센터’, 영남권엔 ‘피지컬 AI·로봇 벨트’ 조성 계획을 확정하자 각 지역의 반응도 셋으로 뚜렷하게 갈렸다.
호남권(광주·전남북)은 그동안 대규모 첨단산업 기반이 거의 없었던 탓에, 삼성과 SK의 첨단 팹 유치 소식에 지역 전체가 축제 분위기다.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추진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지방주도 성장의 모범이 될 것”이라며 반겼고, 주민들도 “청년 일자리와 지역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영남권(대구·경북·부울경)은 자동차와 우주항공 중심의 피지컬 AI 프로젝트가 배정됐지만, 정작 반도체 핵심 공장이 빠지자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영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제조업 인프라가 튼튼한데도, 정치적 균형 논리 때문에 반도체에서 소외됐다”며 ‘선심성 역차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도권(경기 용인·평택)의 경우, 정부가 전력과 용수 부족 우려를 덜겠다며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을 7~12년 앞당긴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주민이나 지역 공인중개업계는 “지방 분산 투자로 수도권 초격차 산업단지의 집중력이 흐려지고, 투자 속도도 더뎌질 수 있다”며, 걱정어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메가프로젝트 최대 복병 ‘지방 기피증’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실제로 이뤄질지에 대해 신중하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큰 난관으로 꼽히는 건 ‘연구·개발 인력의 지방 기피’다. 팹이나 데이터센터처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곳엔 단순 생산직만으론 운영이 어렵고, 미세 공정과 수율 관리가 가능한 석·박사급 엔지니어 수천 명이 필수다.
실제로 취업 플랫폼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충청·호남·영남 등 수도권 이남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받아도, 연봉을 20~30% 올려주지 않는 이상 대부분 망설이거나 이직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정부가 공약한 용수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 송배전망, 이런 예산들이 제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여야 대립이 계속되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커진다. 예산이 먼저 제대로 검증받고 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AI 반도체 투자를 키우려면 ▲신속한 원스톱 행정 지원 ▲전력·용수 등 인프라 보강 ▲정주환경 개선, 세 가지를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원스톱 행정 절차는 직접 챙기겠다”며, “청와대에 전담팀까지 꾸려 임기 내내 이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전력이나 용수 같은 국가산단 인프라에 대해서도 “이미 반도체 특별법에 따라 지방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이 부분은 정부가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전영현 부회장은 광주를 세계적인 반도체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전 부회장은 “앞으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용인 국가산단 투자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새로운 단지를 준비할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력과 용수 같은 필수 인프라와 정주 여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 있는 광주를 후보지로 생각하고 있다”며, “조건이 모두 갖춰지면 광주 팹 2기에 4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