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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책과사람】 세계 질서와 부의 운명을 뒤바꾼 방향의 역사 <지리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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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은 진리가 아니라 지위였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인간이 방향을 인식하고 방위를 만들기까지, 세계의 질서를 세우고 동서남북 방위가 어떠한 지위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전 문명사를 통해 다룬 역사서. 인류는 왜 두 개 혹은 다섯 개가 아닌, 네 개의 방향을 기본 방위로 설정한 것일까? 세계 지도에서 왜 북쪽이 위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방위를 매개로 세계를 새롭게 읽어내다

 

이 책은 우리가 절대적이라 믿어온 동서남북이 자연의 질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온 질서였음을 밝힌다. 우리는 흔히 ‘지리’라고 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산맥, 강, 바다 같은 자연환경을 떠올린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리는 모든 문명과 역사의 기원이며, 인류는 자연환경에 따라 문명을 일구었다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통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질서화했는지에 주목한다.

 

고대 인간은 길을 찾고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태양과 별자리의 궤적을 관찰했고, 그것을 언어로 명명하면서 비로소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기준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방위는 수천 년 동안 항해와 탐험의 근간이 되었을 뿐 아니라 종교와 정치, 권력과 지도 제작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기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질서가 아니었다. 방위는 시대와 문명, 권력의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해석되고 재구성되어 온 인간의 산물이었다.

 

영국 퀸메리대학교 교수이자 역사학자인 제리 브로턴은 이 지점에 주목해, 동서남북의 질서가 어떻게 인류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는지를 추적한다.

 

영국 최고의 논픽션상인 베일리 기포드상을 수상하고, 역사 분야 최고 권위의 헤셀틸트먼상 최종 후보에 거듭 오른 저자의 치밀한 연구는, 인문학적 통찰과 역사적 상상력을 지도 위에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인류 최초의 지도에서부터 스마트폰 GPS까지

 

이 책에서 네 개의 장은 하루 동안 태양이 그려내는 궤적을 추적하는 순서를 따른다. 동쪽에서 시작해 정오에 태양이 도달하는 하늘의 정점을 보고 남쪽을 확인한다. 그다음으로는 남쪽의 반대 방향인 북쪽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태양이 저무는 서쪽에서 이 책의 여정은 끝이 난다.

 

많은 초기 문명이 ‘동쪽’을 빛과 따뜻함, 생명의 시작으로 정의했다. 동쪽에 대한 숭배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과 연결되면서 점차 더 정교한 사회적, 도덕적 의미를 담게 되었으며 동쪽에 배치된 것들은 특권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남쪽’은 방향이라기보다 사고의 틀에 더 가깝다. 엄격한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제국주의 경제 패권국의 기준으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은 지금도 남쪽의 정치적, 경제적 삶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으로 동쪽의 위상을 빼앗고 위를 차지한 ‘북쪽’은 개인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모순적인 표식이다.

 

지구상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번영과 현대성을 의미하기도 하고, 혹은 빈곤과 후진성을 뜻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서쪽’은 방향을 가리키는 근원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서구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전환되었다.

 

이 네 방위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까지 정치적 함의가 짙지만 널리 사용되는 ‘중동’, ‘글로벌 사우스’, ‘오리엔트’, ‘서구’ 같은 용어들이 가진 의미가 정확히 드러난다.

 

누가 이러한 용어를 정했으며, 이 용어들은 지정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네 방위는 어떻게 문화적 정체성 혹은 고정관념을 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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