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유가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줄어들면서, 월마트의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낮아졌다.
현지 시간으로 20일, 월스트리트저널과 CNN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7월 31일로 마감된 최근 분기 월마트의 순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9% 늘어난 1861억 달러(약 258조5300억원)였다.
그러나 순이익은 일부 지분투자 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9.4% 감소한 63억7000만 달러(약 8조8500억원)에 그쳤다.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은 1년 전보다 2.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4.6%)에 비해 크게 둔화한 것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분기 기록이다. 동일점포 매출은 최근 12개월 동안 운영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 매출을 합산한 수치다.
매출 증가세가 주춤했음에도 월마트는 올해 실적 전망을 오히려 상향 조정했다.
올해 순매출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3.5~4.5%에서 4~5%로,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6~8%에서 7~8.5%로 각각 높였다. 하지만 시장은 미국 내 소비 둔화 조짐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날 월마트 주가는 9.2% 급락한 103.84달러로 마감해, 약 4년 만에 일일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월마트는 미국 소비심리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바로미터’로 꼽힌다. 최근 매출 증가세 둔화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약가 인하,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 등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 여력 감소가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연초만 해도 나쁘지 않았던 소비 환경이, 최근 연료비가 오르면서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올해 초보다 높은 기름값에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이 체감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필수품목 가운데서도 무엇을 살지 우선순위를 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저소득층의 경우 여전히 지출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고, 높은 기름값 탓에 생필품 간에도 우선순위가 나뉘는 모습이다.
반대로 고소득층 소비는 비교적 탄탄했다. 월마트는 식료품과 장난감, 의류, 자체 브랜드 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으며, 특히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를 중심으로 점유율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월마트도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관세 환급으로 받은 29억 달러 중 일부는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사용하고 있다.
특히 가격 상승 폭이 컸던 쇠고기 등 일부 품목엔 더욱 집중적으로 가격 인하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초 수입품에 부과됐던 관세를 지난 5월부터 기업들에게 돌려주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했던 일부 광범위한 관세가 불법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정부가 약 33만 개 수입업체로부터 거둔 1680억 달러 가운데 7월 31일까지 약 1000억 달러가 환급됐다.
이런 대규모 관세 환급은 월마트만이 아니라 타깃이 9억9400만 달러, TJX가 3억3100만 달러, 홈디포와 로우스도 각각 7억3000만 달러와 8000만 달러를 되돌려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