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오는 9월 6일, 한국마사회(회장 우희종)가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2026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를 개최한다. 올해로 창설 10주년이다. 그 첫 대회를 준비하던 2016년 8월, 렛츠런파크 서울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들로 분주했다.
그해 7월 1일, 국제경마연맹(IFHA) 산하 국제경주분류위원회(IRPAC)는 한국을 'PART Ⅲ'에서 'PART Ⅱ' 경마시행국으로 승격시켰다. 2004년 PART Ⅲ로 처음 분류된 지 12년 만이었다. 승격 두 달 뒤 한국 이름을 내건 첫 국제경주가 예정돼 있었으니, 준비할 것은 경주만이 아니었다. 7월 8일에는 약 6억 원을 투입한 국제경마방송센터가 문을 열어 해외로 나가는 경마 방송을 전면 영어로 제작·송출할 수 있게 됐고, 주로 안쪽에서는 초대형 전광판 '비전127' 설치가 한창이었다. 국제 무대에 이름을 올린 해에, 그 무대에 걸맞은 설비를 함께 갖춰 나간 것이다.
한국의 국제경주가 처음은 아니었다. 2013년 한일 교류경주로 시작해 2014년 아시아챌린지컵으로 이어졌고, 2016년 6월에도 한일전이 열렸다. 다만 코리아컵은 성격이 달랐다. 친선이나 초청이 아니라, 한국 이름을 내걸고 세계에 문을 여는 대회였다.
61두의 도전장
첫 코리아컵은 2016년 9월 11일로 잡혔다. 1200m 코리아스프린트가 오후 4시 25분, 1800m 코리아컵이 오후 5시 30분. 두 경주에 걸린 상금은 각각 7억 원과 10억 원, 합쳐 17억 원으로 한국경마 역사상 최고액이었다.
8개국에서 총 61두가 출전을 희망했고, 그중에는 두바이 왕족과 일본 노던팜·샤다이팜 같은 유명 마주의 소유마도 포함돼 있었다. 예상을 크게 웃도는 규모였고, 신청서를 검토하느라 마사회는 정신없이 바빴다.
마사회는 8월 11일 선정위원회를 열어 해외 출전마 16두를 확정했다. 국제레이팅 115의 홍콩 '건핏', 110의 일본 '크리솔라이트' 등 정상급 경주마들이 이름을 올렸고, 이들을 상대할 한국 대표마 선정은 9월에 이뤄질 예정이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연도대표마 '트리플나인'과 통합 3관마 '파워블레이드' 등이 코리아컵에, '감동의바다', '최강실러' 등이 코리아스프린트에 나설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말은 그냥 오지 않는다
출전 의사만으로 경주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경주마는 국경을 넘을 때 검역이라는 문턱을 넘어야만 한다. 방역 기준은 나라마다 각기 다르고, 국제경주에 출전하려면 국가 간 검역 협정이 먼저 체결돼 있어야 하며, 마사회는 이 협정을 단계적으로 넓혀 왔다. 제1회 코리아컵 출전마 명단에 여러 나라 이름이 나란히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 몇 년간 쌓아 온 검역 실무의 결과였다.
협정 이후에도 수출국의 사전 검사와 격리 기간, 항공 수송 중의 건강 관리, 입국 후 계류와 마방 배정, 그리고 대회 전 최종 확인까지. 한 두의 말이 과천 예시장에 서기 위해 통과해야 할 단계는 길다. 시차도 변수였다. 유럽과 중동에서 오는 말은 긴 비행을 견딘 뒤 낯선 기후와 주로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대회 날짜에서 거꾸로 계산해 경주마별 입국 일정을 짜는 일이 8월 내내 이어졌다.
참고할 전례가 없었다. 매뉴얼이 없으니 만들면서 진행해야 했고, 그렇게 마련해 둔 절차는 이후 코리아컵의 기본 매뉴얼로 남게 되었다.
화면부터 세계 최대, 127m 스크린
세계 각국의 경주마가 과천 주로에서 달리는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화면 또한 세계 최대 규모로 준비했다. 가로 127.2m, 세로 13.6m. 경주로를 따라 길게 뻗은 형태로, 가로 길이는 당시 세계 어느 경마장보다 길었다. 2010년 문을 연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이 110m×10m 규모의 스크린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긴 LED 텔레비전 스크린이라 소개했는데, 비전127은 그보다 17m가량 더 길었다. 공개일은 코리아컵 하루 전인 9월 10일로 예정되었고 렛츠런파크 서울 주로 안쪽에서는 8월 내내 ‘비전 127’ 설치 공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62년 만에 상경한 제주마 경주
국제대회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그해 8월의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전혀 다른 결의 하루가 있었다. 8월 14일, '도르라 도르라 제주 몽생이 돌음박질'이 펼쳐졌다. '달려라 달려라 제주 경주마'라는 뜻의 제주어를 내건 '제주의 날' 기념행사로, 한국전쟁 이후 뚝섬에서 더러브렛이 아닌 조랑말로 경마를 시행하던 역사를 되살린 자리였다. 제주마가 서울 주로에 선 것은 1954년 이후 62년 만이었다.
제주마 12두가 나선 400m 원정 경주와 마종별 경주가 기념경주로 펼쳐졌다. 마종별 경주에는 더러브렛과 한라마, 제주마가 함께 출전했는데, 세 종의 평균 시속이 각각 60km와 52km, 45km로 차이가 나는 만큼 출발 거리를 500m와 380m, 320m로 다르게 뒀다. 결과는 제주마 '봉성명가'(암, 5세)의 우승이었다.
8월이 끝날 때까지도 코리아컵 준비는 계속되었다. 앞선 사례가 없는 첫 대회였던 만큼 정해야 할 것도, 확인해야 할 것도 많았다. 그럼에도 방향만큼은 분명했다. 한국경마를 세계무대에 세우는 것.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6년 올해, 코리아컵은 국내 최초로 국제G2(IG2) 등급에 올랐다. 첫 대회를 준비하던 2016년의 여름이 없었다면, 올해 9월 6일의 코리아컵도 없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