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석유제품 운송량이 전쟁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유사들은 미리 확보해 둔 물량과 우회 운송, 그리고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현재까지는 원유 수급에 큰 차질 없이 버티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오랫동안 봉쇄될 경우에는 기존에 확보해 둔 물량 이후의 추가 원유 확보나 운송비용 부담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주간 국제유가 및 시장 동향'에 따르면, 원유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와 석유제품 운송량이 전쟁 전 하루 1,800만 배럴에서 지난 7월에는 480만 배럴로 줄었다고 집계했다. 8월에는 18일 기준 하루 평균 20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전쟁 전과 비교하면 약 89%나 줄어든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최근 이란이 해협 폐쇄 방침을 고수하면서 원유 운송에도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이란은 지난달 18일, 미국이 이란 항만 봉쇄 해제와 석유 제재·동결 자산 해제를 포함한 6월 중간 합의 조건을 이행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앞서 이란에 양보를 요구하며, 지난 6월 체결된 양해각서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혀 양국 간 협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렇듯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이 크게 줄었지만, 아직까지 국내 원유 수급에는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하진 않고 있다. 이는 정유업계가 중동 사태 전부터 미리 원유를 확보해 둔 덕분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우회 운송로를 활용하고, 미국 등 비중동 국가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다. 정부 역시 정유사들과 함께 도입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비축유 스와프 재가동 등의 수급 안정 조치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다. 정부에 따르면 8~9월 국내에 들어올 원유 물량은 이미 지난해 평균 이상으로 확보해 놓은 상태다. 다만 10월분부터는 점차 물량을 새로 확보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에 따라 원유 조달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대신 우회 운송이 늘면 물류 기간이 길어지고, 운송비 또한 더 들 수밖에 없다. 또 중동산 원유 대신 미국 등에서 원유를 추가 확보하는 과정에서 가격이나 운송비 부담이 더 커질 여지도 있다.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국제유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8월 셋째 주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렬 위기,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 등으로 인상됐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8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4.94달러로, 전주보다 1.74달러(2.0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역시 중동발 공급망 불확실성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관련 수급 안정 대책을 유지 중이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나프타와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제한, 수급조정 조치를 내년 1월까지 5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앞으로도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관련 조치를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나프타 등 석유제품과 원유 수급 상태를 계속해서 살피고 있다”며 “국내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비축유 스와프 등 가용한 수단을 활용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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