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특혜 논란과 내로남불 비판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자진 사퇴했다.
장관과 의원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쥐려던 권력 탐욕과 도덕성 결함에 대해 국민적 분노와 여권 내부의 퇴진 압박이 임계점을 넘은 결과다.
그러나 용 후보자의 퇴장으로 인사청문 정국의 파행이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선은 사법 정의의 수장 자리를 노리며 '방탄막' 뒤에 숨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더 매섭게 집중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승원 후보자를 둘러싼 중대한 사법적 의혹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구체적인 통화 녹취록과 식약처 내부 문자를 근거로 연일 폭로하고 있는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은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적격성에 치명적인 질문을 던진다.
브로커 양 모 씨의 부탁을 받은 김 후보자가 당시 식약처장에게 로비를 시도하고, 그 외압이 실무 과장에게까지 전달되어 실제 승인으로 이어진 정황은 ‘성공한 로비’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더욱이 해당 제약사(제넨셀)의 임상 승인 여파로 주가가 요동치며 소액 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최근 제약사 대표가 100억 원대 투자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처럼 사법 정의의 수장이 되어야 할 인물이 수사 대상이자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의 중심에 서 있음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벌어진 여당의 태도는 참담하다.
국민의힘은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청탁 브로커, 제약사 설립자, 전 식약처장, 수사팀 관계자, 피해 주주 대표 등 핵심 증인 44명과 참고인 4명의 채택을 요구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에서 탈탈 털었던 사건”이라는 핑계를 대며 증인 채택을 전면 거부했다.
진실을 가리고 진상 규명의 입을 막아버리는 이러한 ‘방탄 증인 거부’는 국회의 검증 권능을 스스로 포기한 행태이자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권력의 오만이다.
용혜인 후보자의 사퇴는 최소한의 양심과 여론에 등밀려 이뤄진 결과일 뿐, 정권 차원의 검증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쪽에서는 도덕적 비판에 못 이겨 사퇴하는 마당에, 다른 한쪽에서는 사법적 범법 혐의를 받는 후보자를 지키기 위해 증인 채택마저 봉쇄하며 맹탕 청문회를 만드려는 불균형은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다.
무너진 국정 검증 시스템을 바로잡고 법치주의의 최소 기준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결단이 시급하다.
우선은 여당의 증인 채택 거부 철회 및 송곳 검증 보장이다.
여당은 김승원 후보자를 둘러싼 청탁 및 주가 조작 의혹의 핵심 증인과 참고인을 즉각 채택하여, 국회가 진상 규명의 책무를 다하도록 협조해야 한다.
다른 대안은 김승원 후보자의 결단과 자진사퇴다.
사법 행정의 신뢰를 위해 김 후보자는 정쟁의 그늘 뒤에 숨지 말고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며 스스로 용퇴해야 한다.
그래도 여의치 않다면 대통령실의 과감한 지명 철회다.
청와대는 정권의 자존심을 위해 불법·도덕적 결함이 명백한 인사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국민적 눈높이에 맞춰 조속히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허물을 덮어주는 면죄부나 방탄막이 아니다.
법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법치 파괴 의혹의 당사자가 되고, 여당이 증인 채택마저 거부하며 진실을 봉쇄하려는 현실을 계속 방치한다면, 그로 인한 국정 동력 상실과 국민적 분노는 회복 불가능한 상처로 남을 것이다.
국회와 청와대는 이번 인사청문 정국을 공직 검증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글쓴이=신중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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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자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 지사장
국회 홍보기획관
국무총리 공보실장/대변인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