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이다.
설경구·전도연·조인성·조여정 캐스팅
총파업과 강제 진압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후유증을 겪고 있는 해고 노동자인 남편 호석과 열 살 난 아들 철이와 함께 살고 있는 미옥은 어느 날 호석의 전 직장 동료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해고 노동자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그녀의 남편 상우를 만난다.
예지는 노동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며 미옥 부부에게 인터뷰를 제안하고, 인터뷰를 꺼려 하는 호석과는 달리 미옥은 예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카메라 앞에 선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예지는 미옥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며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미옥은 자신과는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예지와 가까워지는 것이 기쁘면서도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 특히, 종종 예지의 촬영을 돕는 상우와 마주칠 때마다, 미옥은 그가 친절하고 따뜻하게 자신을 대하지만 왠지 그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고 느낀다.
예지는 인터뷰를 거부하는 호석의 마음을 열기 위해 다 같이 여름휴가를 가자고 제안하고, 두 가족은 서해안에 있는 상우의 여름별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결국 서로의 숨은 욕망을 드러내게 된다.
<오아시스>로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 <시>로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버닝>으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벌칸상과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이 밖에도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밀양>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히 찬사를 받아온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다.
전도연은 ‘제60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밀양> 이후 다시 한번 이창동 감독과 호흡을 맞췄고,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를 함께하며 세계 영화계에 깊은 인상을 남긴 설경구 역시 이창동 감독과 재회했다.
조인성은 ‘제7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호프>를 통해 세계 무대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 이창동 감독과의 첫 작업으로 새로운 연기 세계를 펼친다.
조여정은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을 통해 국제적인 입지를 다져온 데 이어, 이창동 감독과의 첫 만남으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사람, 인물들, 내면, 관계’
<가능한 사랑>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인물들을 담아내는 영화의 화면과 ‘예지’의 카메라 속에 기록되는 다큐멘터리 화면을 교차시키며 시점을 오간다.
극 초반, 영화의 화면과 다큐멘터리 화면은 분명히 다른 질감을 가지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두 화면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다시 분명해지기도 하며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촬영은 많은 부분 핸드헬드 기법으로 진행됐다.
김지용 촬영감독은 카메라가 분명한 의도를 드러내기보다 인물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반응하는 방식을 택해, 관객이 마치 현장을 함께 목격하고 그 순간을 직접 겪는 듯한 감각을 구현했다.
조명 역시 ‘드러나지 않음’을 목표로 했다. 김지용 촬영 감독은 영화용 조명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일상 속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빛을 화면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고민했다.
또한, 공간 자체가 빛의 성격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창의 방향과 크기, 모양, 개수까지 장민우 미술감독과 긴밀히 논의하며 세심하게 설계했다.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장민우 미술감독이 프로덕션 준비 과정에서 이창동 감독과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 역시 ‘사람, 인물들, 내면,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관객이 단순히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의 흔적과 시간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특히, 가장 중요했던 것은 공간이 절대 세트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자, 그 안에서 인물들의 삶과 시간이 자연스레 느껴지는 장소를 구현하기 위해 작은 소품부터 조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세심하게 설계하고 배치하며 공간의 설득력을 완성해 나갔다.
정재일 음악감독은 작품의 서사를 설명하거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음악이 아닌,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이야기를 관조하는 음악을 만들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피아노의 단음을 중심으로 그 위에 다양한 선율과 음향을 쌓아 올려 씬마다 변주를 준 음악은 작품 전반에 일관성을 부여하면서 관객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풍부한 정서를 전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