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2%까지 치솟았다.
최근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우리나라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나란히 오르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이 내야 할 이자 부담이 늘고,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결국 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이 인공지능 투자에 소극적이 된다면, 최근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29일 금융투자업계와 다양한 시장 정보에 따르면, 하루 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2%를 넘어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초만 해도 4.2% 수준이었던 이 금리는 10개월 만에 1%포인트 이상 뛰었다. 30년물 역시 5.5%를 돌파했다. 보통 채권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진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다른 나라들 채권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전날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10bp 이상 올라 4.5%를 넘어섰다.
일본 10년물은 3.1%까지 찍었고, 영국채 10년물도 5.4%에 다가섰다. 이렇게 각국 채권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데는 무엇보다 물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전쟁이 길어지며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고, 이로 인한 물가 불안이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중앙은행 정책에 민감한 단기금리보다, 경기와 물가 전망을 반영하는 장기금리가 더 크게 움직이고 있다.
한편 정부 재정 신뢰 약화도 금리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중동전쟁에 451억 달러를 썼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000억 달러 이상 들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 탓에 앞으로 국채 발행이 늘고, 정부의 갚을 능력이 떨어질 거라는 걱정이 커지면서 채권 시장이 약세를 띠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들이 국방비 등 지출을 계속 늘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려고 채권 시장에서 많은 자금을 빌리는 것도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그룹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최근 한 방송에서 “올해는 인플레이션보다 채권 발행이 시장에 더 영향이 컸다”며,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투자로 당분간 채권 발행이 계속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중동전쟁이 길어진다면 국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 강승원·김민수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 사례를 볼 때, 현재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미 10년물 금리의 기술적 상단은 5.30~5.60%로 본다”며, “5.3%를 넘으면 금융시장의 스트레스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리가 오르면 경제 주체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경기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지금과 같은 금리 수준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부담이 될지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그래도 미 국채금리가 5% 중반대로 치솟으면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지금의 성장세는 반도체 수출이 받쳐주고 있어 아직 금리 수준이 큰 부담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문제”라며, “만약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 중반까지 오르면 소비나 투자 쪽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고금리 상황에서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로 투자한 영향이 크다. 그런데 고금리 기조가 길어진다면 AI 투자가 줄면서 반도체 수요도 함께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상장기업들의 설비투자 가운데 AI 관련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 26%로, 미국(23%)보다도 높다.
반면 한국과 미국을 뺀 대부분의 국가는 이 비율이 5%도 되지 않는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오라클 등 5개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의 자본투자는 2023년 1500억 달러에서 올해 7350억 달러로, 3년 만에 거의 5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들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투자 속도가 영업현금흐름 증가세를 앞지르면서, 점점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자체 현금으로 대부분을 충당했지만, 이제는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회사채 발행과 사모 신용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여력이 약해지고, 올해 우리 경제 성장세를 이끌어온 메모리 반도체 수요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짓느라 반도체를 많이 사들였는데, 이제 현금 여유가 바닥났다”며 “매출로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자본 투자에 썼고, 이제 남은 투자금은 외부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금리까지 오르면 자금 마련이 더 어려워져 투자가 줄고 반도체 수요도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반도체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수출도 감소해, 우리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현재 5% 수준의 금리도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