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데, 앞으로 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요즘 학생들과 교직원을 만나면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AI는 자료를 찾고, 글을 쓰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업무의 다음 단계까지 제안합니다. 변화의 속도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만 바라보면 정작 준비해야 할 것을 놓치게 됩니다. 이제는 내가 하는 일에서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데이터를 해석하는 힘입니다. AI는 방대한 자료에서 패턴을 찾아줍니다. 대학에서 어느 과목의 결석률이 높아졌다는 사실도 빠르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만으로 학생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긴 통학 시간 때문인지,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 때문인지,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인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데이터는 문제를 발견하는 출발점이고, 그 뒤의 맥락을 묻는 일은 교육자의 책임입니다.
그렇게 발견한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려면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통계표 한 장은 현상을 보여주지만, 왜 지금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까지 전하지는 못합니다. 숫자가 누구의 삶과 연결되는지,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 차분하게 설명할 때 사람들은 함께 움직입니다. AI가 문장과 그래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말하고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일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합니다.
감성 지능도 중요합니다. 누군가 “괜찮습니다”라고 말할 때 그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고, 잠시 기다렸다가 한 번 더 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신뢰는 빠른 답변보다 자신을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경험에서 자랍니다. AI가 상담 기록을 정리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더라도, 눈앞의 학생에게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듣는 태도는 사람이 책임져야 합니다.
변화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리려면 평생 학습이 이어져야 합니다. 저도 37년 6개월 동안 대학 강단에 섰지만, 오래 가르쳤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교육을 잘 설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8월 정년을 맞고 다음 날 신한대학교 AI융합처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익숙한 경력보다 앞으로 배워야 할 일이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지금도 새 도구를 직접 써보고, 학생과 교직원의 질문을 들으며, 제 수업 방식을 고쳐 나가고 있습니다.
혼자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섯 번째 힘은 연결과 협업입니다. 학생의 학습 문제 하나에도 교수, 행정 직원, 상담 전문가와 가족의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 한 사람이 보지 못한 원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야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까닭은 인맥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질문하고 역할을 나눌 수 있는 신뢰를 쌓기 위해서입니다.
그 만남에서 창의성이 자랍니다. AI에게 아이디어 열 가지를 받아 적는 것만으로 새로운 일이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현장에 가서 실제 불편을 확인하고,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을 연결하며, 작은 시도로 결과를 살펴야 합니다. 예상이 빗나갔다면 왜 그랬는지 다시 묻는 과정도 창의적인 일의 일부입니다. AI는 가능성을 넓혀주고, 사람은 그 가운데 시도할 길을 선택합니다.
마지막 힘은 인간을 끝까지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사람은 효율만을 위해 배우고 일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성장을 느끼고, 존중받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합니다. AI를 활용할수록 개인정보와 편향을 살피고, 중요한 결정의 근거를 설명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편리한 답변이 한 사람의 사정을 지워버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학은 이 일곱 가지 힘을 수업 속에서 길러야 합니다. 학생에게 AI가 정리한 답만 제출받기보다 자료의 근거를 확인하게 하고, 현장의 사람을 만나게 하며,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구술로 설명하게 해야 합니다. 판단을 바꿨다면 그 이유와 과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경험을 통해 학생은 AI와 함께 일하면서도 자신의 질문과 책임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저는 “AI는 가속기, 인간은 방향과 책임”이라고 말씀드립니다. 빠르게 갈 수 있게 된 지금, 어디를 향해 가는지 더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기술을 배우고,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 협력하며 자신의 판단을 고쳐 나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AI 시대에도 끝까지 성장할 것입니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AI미래교육학자 · 신한대학교 AI융합처 처장 신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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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우 교수 (AI미래교육학자 · 신한대학교 AI융합처 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