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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잡식성 충무로 ‘뮤지컬’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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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충무로에서 비인기 장르였던 뮤지컬 영화가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판타지 코믹 호러 뮤지컬 영화인 ‘삼거리 극장’이 다음달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달 개봉한 ‘구미호 가족’ 또한 충무로 뮤지컬 영화라는 신선한 장르를 관객에게 소개했다. 8월 개봉한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도 뮤지컬 냄새가 짙게 풍기는 영화였다. 다양한 장르에 다양한 관심을 기울여온 충무로가 드디어 뮤지컬에 손대기 시작한 것이다.

충무로가 무관심했던 장르
한국영화의 뮤지컬 역사는 빈약하다. 1975년 고 신상옥 감독이 선보인 '아이 러브 마마'를 비롯, 1988년 최민수 신혜수 주연의 ‘그녀와의 마지막 춤을’, 1995년 안성기 김혜수 주연의 ‘남자는 괴로워’ 등 드라마 부분이 더 많았지만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상당히 나오는 뮤지컬 형식의 영화가 있었다. ‘키스할까요?’ ‘오! 해피데이’ 등에서도 뮤지컬이 잠시 삽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뮤지컬 영화는 2002년 안성기 주연의 ‘미스터 레이디’가 국내 최초의 뮤지컬 영화로 제작되었지만 도중 중단됐다. 그 이후 충무로에 뮤지컬 영화는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삼거리 극장’의 의미는 크다. 지난 7월 제10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삼거리 극장’은 잇따라 개봉한 ‘구미호 가족’과 함께 ‘죽어있던’ 장르를 되살리며 한국 최초의 뮤지컬 영화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일부가 아닌 영화 전체가 춤과 노래로 전개되는 ‘진정한’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최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유료 관객 100만명, 매출 규모 1천억
뮤지컬 영화가 충무로에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 것은 뮤지컬 시장의 확대라는 배경이 작용했다. 올해 들어 뮤지컬 시장이 유료 관객 100만명을 넘어서고 매출 규모가 1천억원을 웃돌면서 돈 냄새를 맡은 충무로가 뮤지컬에 조심스럽게 한 발짝 다가서기 시작한 것.
뮤지컬과 영화의 만남은 뮤지컬이 영화를 껴안으면서 주로 이루어졌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친구’ ‘마라톤’ 등이 뮤지컬로 제작되면서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의 뮤지컬 각색은 창작 기반이 열악한 뮤지컬 시장이 흥행이 이미 입증된 영화를 이용해 안전하게 뮤지컬을 제작하려는 의도에서 유행하게 됐다.
하지만 뮤지컬 시장의 확대로 영화사의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져 올해는 특히 시네라인투, MK픽쳐스, 싸이더스FNH 등 대형 영화사의 뮤지컬 제작 붐이 가시화 됐다. 올해 2편의 뮤지컬 영화가 제작된 것은 이 같은 뮤지컬 열풍이 영화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입증한다. ‘삼거리 극장’의 경우 제작 이후 장시간 배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가 뮤지컬이 대접받는 최근의 분위기가 개봉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원 소스 멀티 유스’ 본격화
이는 한 가지 컨텐츠를 다양한 장르로 개발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의 본격화와도 관련이 깊다. 영화와 뮤지컬 두 시장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구미호 가족’의 뮤지컬화 작업 또한 이 같은 개념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서 시도하는 충무로의 노력과, 장르적 변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관객의 경향과도 무관치 않다. 최근 제작된 뮤지컬 영화들이 모두 판타스틱한 소재인데 이처럼 소재에 맞는 장르를 다양하게 모색하는 과정에서 뮤지컬이 부각됐다고 볼 수도 있다. MK픽쳐스 심재명 대표는 “한국영화와 뮤지컬 형식은 공존할 수 없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익숙한 시나리오를 변주해보자 했을 때 뮤지컬 형식이 걸맞다 생각했다”며 한국 관객들도 어느 정도의 뮤지컬 형식은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걸어온 길에 비해 갈 길이 멀다. 이제 시작한 충무로의 뮤지컬 영화는 아직 전문성이 부족하고 미국의 아류라는 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를 이해하고 창작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것은 현실이다. 뮤지컬적 영상 감각과 노래, 춤 등의 배우 기량 등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데 뮤지컬 감성이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미국이 아닌 한국 토양에서 이것은 결코 쉽지 않다.
‘구미호 가족’의 흥행 부진은 관객이 장르가 아닌 작품성으로 영화에 접근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충무로 뮤지컬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구적으로 열어젖혔다는 면에서 ‘구미호 가족’ 등 뮤지컬 영화의 시행착오는 ‘착오’보다 ‘시행’에 더 큰 의미를 둘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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