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아줌마들- 미시들의 방담

2003.08.22 0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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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아줌마들- 미시들의 방담



“안 들키고 바람피울
자신 있다”



가치관 급변하는 30대 젊은 주부들의 결혼과 성, 사랑에 대한 수다







30대 미시들의 일탈이 우리 시대 문화 담론의 중심으로 다시 떠올랐다.
급변하는 가치관 속에서 신세대 주부들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어떻게 발맞추며 정체성을 찾아갈까.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30대 주부 3명의
수다를 통해 미시들의 결혼생활과 일탈욕구를 읽어보았다.

지난 8월7일 밤 7시 저녁식사와 함께 시작된 이날의 방담은 술자리로 이어지면서 새벽 12시까지 계속됐다. 대화 도중 자녀를 돌보는
남편에게서 “애가 엄마 찾으며 운다”는 전화가 몇 차례 왔고 젊은 엄마들은 불안해했지만 모처럼 갖는 ‘그들만의 수다’를 무척 즐기는
듯,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참여자들은 아이의 학원에서 서로 인연을 맺은 이웃으로, 모두 4살 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다. 결혼 7년 차인 이미희(가명 34)
씨는 4년 연상의 자상한 ‘퍼펙트’ 신랑을 둔 행복한 주부. 결혼 5년 차 박희영(가명 32) 씨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생 남편을
두었지만 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고. 김수경(가명 30) 씨는 결혼 4년차. 동갑내기 남편과 티격태격하며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혼의 이유가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은 하나같이 전통적 아버지상과 상반되는 헌신적이고
개방적인 남편을 만났다. 특히 이씨의 남편은 가사일을 90% 전담하는 보기 드문 애처가. 30대 전업주부들이 말 그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는’ 세대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자기 표현에도 솔직한 이들은 “우리처럼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 이야기가 기사가 될 수 있나”며 낯을 붉히던 첫 대면 때와는 달리,
술자리에서 적나라한 성생활과 속내를 펼쳐 보여 의외로 기자가 수위조절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시댁에 대한 의무는 여전히 그들을
짓누르는 가부장제의 그늘로 남아있어 30대가 ‘과도기 세대’임을 다시 한 번 인식시켰다.


“잠자리에서 다른 남자 상상한다”

박희영(이하 박) :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항상 같은 집, 같은 시간, 같은 분위기의 잠자리 지겹지 않아?

김수경(이하 김) : 그래서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 난 얼마 전 ‘팬티사건’이 청량제가 됐잖아. 삶이 무료하던 찰나 남편에게 끈 팬티를
사줬는데 처음에는 부시맨 같다고 생각하고 웃었다. 그런데 의도와 다르게 침대에서 그 팬티를 입은 남편을 보니 새로운 자극이 되더라고.

박 : 임신에 대한 공포 때문에 남자를 멀리한 것도 있지만. 삶 자체가 권태로우니까. 우울함 같은거. 남편과의 잠자리도 흥미가 없어지더라.


김 : 이해된다. 나도 그랬나?

이미희 (이하 이) : 남편이랑 잠자리가 정말 권태로울 때는 다른 상상을 하기도 해.

김 : 나는 처녀시절에 잠자리를 함께 했던 다른 남자들을 상상해.

박 : 난 주로 비디오에서 본 야한 장면.

김 : 난 배우보다는 주변의 남자들.

박 : 그런 상상 이외에도 내키지 않고 흥분도 잘 안 될 때는 머리 속으로 딴 생각을 해. 이를테면 희수 엄마는 뭐할까? 그런 생각.

김 : 어머, 어머 나만 그런 줄 알았어. 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구나. 내일은 문화센터 가는 날이니까 무슨 옷을 입어야지. 그런
생각하는데. 흥분한 척 연기하면서 잡생각을 하는 거야. 몸 따로 마음 따로지.


“즐기고 가정으로 돌아올 것”

박 : 가끔은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랑 자고 싶다는 생각 들어.

김 : 다른 남자와 기회가 된다면 난 잘거야.

이 : 난 아냐.

김 : 남녀가 만나서 자게 된다는 것이 절대 힘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은 들어. 있어서는 안되지만 자연스럽게 되는 경우가 많지.

이 : 난 드라마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될까? 의문이야.

박 : 딴 남자랑 자고 남편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있을까?

김 : 못 볼 것 같아. 남편과의 잠자리도 못할 것 같아. 난 남편과의 잠자리가 불만족스럽지는 않거든. 굉장히 만족스러워. 하지만 새로운
사람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럴 수 있잖아.

박 : 한 번이 어려운 거지.

김 : 중요한건 제 자리로 올 수 있느냐 없느냐지. 난 결혼이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연애는 즐길거야. 하지만 가정으로 돌아 올 거야
반드시.

박 : 나도. 하지만 그게 쉬울까?

김 : 난 들키지 않을 자신 있어. 신랑이 예민하지 않아서 눈치 못챌거야. 신랑한테 더 잘해주겠지.

이 : 만약 상대 남자가 결혼하자고 매달리면?

김 : 그런 진득이 같은 남자는 애초에 안 만나지.

박 : 남편보다 모든 조건이 더 좋고 더 사랑한다면?

김 : 나는 애와 못 떨어져. 애가 없다면 이혼이 전혀 문제되지 않지만.

이 : 난 드라마 ‘앞집 여자’의 유호정 정도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박 : 정신적 사랑 말이지?

김 : 그건 불가능하다고 봐.

박 : 정말 다 큰 성인 남녀가 그런 플라토닉한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지.

이 : 난 이혼은 못해. 이혼 안 하면 잠자리도 못할 것 같아. 그냥 특별한 남자친구가 있으면 하는 생각은 들어. 결혼 이후 대학 시절때의
이성친구가 모조리 없어졌으니까.


“원나잇스탠드
보다는 친구 같은 남자 필요”


박 : 결혼을 해도 속 깊은 이성친구가 필요해. 정말 가려운 곳을 긁어줄 사람.

이 : 그 가려운 곳을 남편이 긁어주지 않아?

김 : 아니지.

박 : 남편으로 인한 가려움이란 것도 있잖아. 내가 원하는 이성친구는 결혼생활이 힘들다고 전화해서 울면 ‘바보야 다 그런거야’라며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이야.

이 : 드라마다 그건.

박 : 사실 난 그런 사람 있어. 내가 한창 어렸을 때 나를 무척 좋아했던 유부남인데. 당시는 아무 감정이 없었거든. 근데 결혼하고 힘드니까
전화하게 되더라고. 그냥 친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결혼생활의 어려운 점을 털어놓았고 그 사람도 인생 선배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곤 했어.
근데 그게 문제가 있더라. 점점 의지하게 되고 그 사람도 내 전화를 기다리고. 그때 느낀 것은 남녀 사이에서 특히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면.
난 사실 그 사람을 좋아한건 아니었지만, 남편에게 권태를 느끼면서 상대적으로 그 사람은 새로운 자극이 된거지. 그러니까 아무래도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 그래서 연락을 끊었어.

김 : 바람을 피우는건 정신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원나잇스탠드는 싫어.

박 : 어디서 굴러먹다 온 사람인지도 모르고. 또 성병이나 에이즈 같은 것도 두려워.

이 : 그래도 첫눈에 반하는거 있잖아.

김 : 드라마 ‘불꽃’ 같은.

박 : 드라마에서나 가능한거 아닐까.

김 : 난 성생활까지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남자친구들 많은데. 웃긴 것은 친구들에게 다 하는 이야기도 남편한테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거지.


“다시
태어나면 지금 남편과 결혼 안 해”


이 : 부부가 친구처럼 지내는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김 : 난 친구 같은 남자랑 결혼했으니까 내가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

박 : 개인적 취향이지만 난 부부가 서로 동등한 경제적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김 : 동감이야.

이 : 맞는 말이지.

박 : 그런 상태에서 각자 따로 살기를 원해. 몸이 따로 사는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평일에는 자신의 일과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되 주말에는
친구들로부터 채워지지 않는 부분 있잖아. 예를 들면 잠자리라던가 애틋한 교감 같은 것. 그런 것을 나누고 다시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거야. 서로에게 충실하지만 부당한 요구나 간섭은 하지 않는 거지.

이 : 그런 관계는 아이가 없어야겠다.

박 : 그렇지.

김 : 나도 그런 관계를 꿈꾼적 있어.

박 :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 할거야?

이 : 난 할거야.

박 : 오∼ 노!

김 : 나 역시. 절대 싫어.


“좋은 엄마 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

박 : 가정을 깨지 않으면서 아슬아슬하게 애인을 만드는 것도 어려워. 들키지 않기도 힘들고. 인간의 감정이라는게 자기 마음대로 냉정하게
조절 안 되잖아.

이 : 남편을 애인으로 만들면 돼지.

김 : 남편을 애인으로 만들기 싫은데.

박 : 그게 안돼.

이 : 좋은 사람 생겨도 반대로 죄책감 때문에 힘들 것 같아.

박 : 죄책감 들지. 아이가 있으니까. 책임감 때문이라도 이혼은 안돼. 엄마 아빠 사랑하면서 살아주는게 아이에게 가장 좋은 일이고 그게
꿈이야.

김 : 맞아. 말 그대로 꿈이지.

이 : 우리 아들은 엄마 아빠 중 한 사람을 선택 못해. 누가 좋냐고 물으면 엄마가 좋다고 했다가 곧바로 다시 아빠가 제일 좋다고 하거든.
근데 이혼하면 얘가 얼마나 힘들겠어.

박 : 아이만 없으면 이혼이 문제가 없지.

김 : 그래도 난 결혼은 잘 한 것 같아. 결혼 안 했으면 히스테리 부리면서 다른 남자를 끊임없이 찾아다니지 않았을까 싶어.

박 : 우리는 부모에게 ‘나한테 해 준게 뭐가 있어’라고 원망했잖아. 우리의 아이들은 ‘엄마, 나만 바라보고 살지 말란 말이야’라는 말로
우리 가슴에 비수를 꽂을 거야. 우리 세대 주부가 편해졌다고 하지만, 이전 세대와는 또 다른 중압감이 있는 것 같아. 자라나는 세대는 뭔가
내세울게 있는 엄마를 원하지. 학교를 찾아가도 날씬하고 예쁘고 똑똑한 엄마가 환영받잖아. 나름대로 완벽한 엄마가 돼야한다는게 우리 세대
주부들의 스트레스야. 솔직히 난 애인 만들고 그런 것 보다 시대가 원하는 엄마로 어떻게 거듭날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야.


“아이 생기면서 내 인생 없어졌다”

박 : 최근엔 그래도 결혼에 적응이 된다는 느낌이 들어. 예전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버거워서 견딜 수 없던데.

김 : 결혼이라는 것이 자신을 버리는 과정이지.

이 : 결혼 이전에는 직장 생활이 스트레스였어. 승진을 하고 싶긴 한데 여자가 승진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잖아. 결혼하고는 의지할 데가 있다는게
좋았어. 하지만 반면에 시댁 일이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오더군.

박 : 예전에는 나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갔는데 결혼 이후는 시댁 중심으로 바뀌잖아. 이를테면 시댁에 제사가 있으면 친구 결혼식에 못
가는거 아냐. 어떻게 보면 남으로 살았던 사람들인데 그게 내게 뭐가 중요한지 이해가 안돼. 그의 부모의 생일이 나한테 뭐가 중요하며, 그의
부모의 할아버지 할머니 제삿날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김 : 나도 그런 것 때문에 말할 수 없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이 : 신혼 초에 가장 많이 싸운 문제가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나’는 거였어. ‘우리 엄마 생일상 한 번 차려준 적 없는데 왜 내가 너네
엄마 생일 상 차려줘야 하냐’며 남편한테 막 원망했지.

김 : 결혼생활에 적응한다는 것이 ‘내 몫이니까’하고 받아들이는 형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굴러가는 거지’라며 포기하는 거야. 마치
물의 흐름에 따라 배가 흔들려 가듯. 그러다 보니 가슴 한편에 스트레스가 꽉꽉 눌려져 있는 상태지.

박 :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결혼보다 아이였어.

이 : 결혼하고 안 하고 보다 애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큰 거 같아.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의 성장과 성취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애를 낳으면서 모두 포기했지.

박 : 애가 생기면서 내 인생이 없어졌어.

이 : 다 그런 거지.

김 : 사회적 성취를 끝까지 포기 안 하고 욕심부리는 여자들도 많아.

이 : 처음부터 애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사회생활 했으면 할 수 있었을 텐데. 애를 키우다보니 정이 드니까 애를 떼 놓을 수가 없어.


박 : 맞아. 자아를 잃는다는 면에서 결혼은 오히려 인간을 외롭게 해. 결혼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탈의 욕구가 자신을 잃은 허전함에서부터
생기는 것이 아닐까.



정리/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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