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급 인사 방한 때 미사일 발사 북한…의도적?

2022.05.05 11:14:44

류샤오밍 中 북핵 수석 방한 중 北 미사일
류샤오밍 "평화적 해결 "북한 두둔 발언
작년 9월 왕이 부장 "다른 나라도 쏜다"
북중 이해관계 일치…추가 도발 우려돼

 

[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 중인 가운데 북한이 지난 4일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다. 북한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았을 때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중국 고위급 인사 방한 일정에 맞춰 의도적으로 미사일을 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4일 낮 12시3분께 북한 평양시 순안 공항에서 동해상으로 탄도 미사일 1발을 쐈다. 탄도 미사일 비행거리는 약 470㎞, 고도는 약 780㎞로 탐지됐다. 최고 속도는 마하 11이었다. 북한은 화성-17형 또는 화성-15형 ICBM을 시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발사 시점이 이른 아침이 아닌 낮 시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발사 시점은 중국 북핵 수석인 류샤오밍 대표가 한국을 방문 중인 때였다. 류 대표는 지난 1일부터 7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물며 문재인 정부와 차기 정부 외교 안보 분야 인사들을 만나는 중이다.

 

4일 낮 북한 미사일 발사 사실이 알려진 뒤 류 대표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면담하기 전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류 대표는 북한을 두둔하는 듯 한 발언을 했다.

 

류 대표는 "중국의 일관된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우리는 핵이 없는 한반도를 지지한다"면서도 "우리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그 문제는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는 중국 정부 입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이어지는 류 대표 발언은 지난해 9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 당시를 연상시킨다.

 

북한은 왕 부장이 방한 중이던 지난해 9월15일 새로 조직한 철도 기동 미사일 연대를 활용해 KN-23 단거리 탄도 미사일(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그때도 북한은 평소 자주 활용하는 이른 아침 시간대가 아닌 낮에 미사일을 쐈다. 발사 시점은 왕 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던 때였다.

 

왕 부장 역시 이번 류 대표처럼 북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한 뒤 북한을 두둔했다. 그는 당시 기자들과 만나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말했다.

 

 왕 부장의 이 발언은 한국군이 당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을 꼬집은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이후 북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잇달아 제기한 '이중 기준' 주장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고위급 인사 방한과 북한 미사일 발사가 연계되면서 일각에서는 북한과 중국이 사전 조율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미국에서도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현지 시간으로 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을 겨냥해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위험과 관련해 우리는 최근 중국 측과 만났다"며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대북) 안보리 결의와 규탄 성명이 여러 개라는 사실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불안정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능력이 계속 증가하면서 북한의 위협 행동이 더 노골화되고 있다. 이것은 대만과 남중국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중국의 태도와 일치하고 아마 중국과 조율된 것 같다"며 "북한은 여러 면에서 한반도에서 국익을 추구하는 중국의 힘을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중국 고위급 인사 방한에 맞춘 북한 미사일 발사는 북한과 중국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에 근거를 둔 북중 공조가 유엔 무대 등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류샤오밍 발언을 보면 새로운 것은 없고 오히려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북한 입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중 대결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한국과 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작년 왕이 부장과 올해 류샤오밍의 방안에 맞춰 북한이 공교롭게도 미사일 실험을 한 것은 중국이 한국과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중국에 대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시키는 한편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한국에 대한 강한 기싸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3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담긴 메시지' 보고서에서 "북한은 미국의 전략적 약점을 파고드는 도발을 통해 미중 패권 경쟁을 대비하려는 미국의 준비 태세를 교란함으로써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어필해왔다"며 "그리하여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미중 패권 경쟁 상황에서 북한 핵의 유용성을 부각함으로써 핵무장 국가로서의 흔들리지 않는 지위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짚었다.
 

김세권 기자 sw44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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