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마지막 1년을 이끌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놓고도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친이재명(친명)계 당원들은 정청래 의원의 행안위원장 자리 고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다른 의원들은 이같은 친명계 당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야 신임 상임위원장 선출이 예정됐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내정건을 두고 이견이 두드러져 여당몫 상임위원장 선출만 처리하고 말았다.
당초 예정됐던 민주당몫 위원장 선출 상임위는 ▲교육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이었다. 의총에서는 여기에 내정됐던 상임위원장 후보들이 전 장관, 전 원내대표, 현 최고위원 등 주요 보직일 거쳤거나 맡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쇄신하고 혁신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이 과연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거냐. 완벽한 기득권 나눠먹기의 전형 아니냐, 고민해볼 수 있지 않나, 조금 더 토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결국 민주당몫 상임위원장 선출건은 무산됐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의 행안위원장 내정건을 두고 또 하나의 내홍 조짐이 불거졌다.
정 의원은 지난해 원구성 당시 3선 의원으로서 과방위원장을 맡았다. 그때 여야는 과방위와 행안위 위원장을 각당이 각 1년씩 맡기로 합의했다.
정 의원은 원구성 합의와 국회법이 상임위원장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는 근거를 두고 자신이 행안위원장을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는 자신의 과방위원장 사임의 건 처리 전 '이의' 제기를 한 데 이어 국회의장의 국회법 위반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민주당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정 의원의 행안위원장 내정 요구 청원을 토대로 행안위원장직을 지켜내겠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청원인은 "작년에 수많은 당원들이 법사위를 사수해달라고 절규했음에도 민주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이를 끝내 외면했다. 그리고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넘겨주고 행안위와 과방위를 1년씩 교대로 하겠다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 정도로 국민과의 약속을 중요시 하는 정당이라면 원구성 합의문에 따라 상임위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청래 의원은 과방위원장을 하면서 아무런 결함이 없었다. 또 최고위원은 당직이지, 원내 직위가 아니다. 따라서 최고위원과 상임위원장을 겸직하면 안 된다는 관례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는 관례를 지적하고 싶었다면 작년에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당원게시판에도 정 의원의 행안위원장 선출을 요구하는 게시글들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그리고 정 의원은 전날(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청래가 물러나면 다음 타겟팅은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다. 제가 이재명 지도부의 입술이 되어 잇몸을 보호하겠다. 입술이 터져도 저는 굴복하지 않겠다. 단순한 행안위원장 싸움이 아니다. 기필코 사수하겠다"고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당원은 "국민들이 권력의지가 없는 정당과 의원에게 표를 주겠나"라며 비명계 인사들을 겨냥한 듯 "이재명 대표가 약하게 보이면 계속 물어 뜯을 것이다. 물어 뜯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면서 싸워야 한다. 약점이 있으니 건드려도 가만있는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결기가 있어야 한다. 설사 약점이 있더라도 강하게 부딪혀야 주목받고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의총에서 나왔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이 행안위원장직을 맡으려 하는 것이 오히려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당내에 대학생위원장 및 위원회 간 갈등, 혁신위 구성 및 '대의원제 폐지' 이슈를 놓고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갈등 요인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쇄신 강조 목소리가 나오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미루기까지 한 것인데, 청원 등 당원 요구를 명분삼아 위원장직을 내려놓을 수 없다고 하는 건 지금 상황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지도부에서도 정 의원 주장처럼 원구성 합의를 지도부 스스로가 어긴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상임위원장 선출건 자체가 갈등 비화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에 대한 불만이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새 원내 지도부가 들어섰으니 새로운 질서를, 질서 개편을 요구하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상임위원장 선출건 자체는 이렇게 볼 수 있는데 이후에 판이 이렇게 벌어지니까 계파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2일 오후 2시30분부터 비공개 워크숍을 열어 6월 임시국회 운영방안, 올 하반기 주요 이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상임위원장 선출건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한 안건들이 오는 12일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구체적 방안이 도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