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4.4% 하락하며 1년째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감소율 자체만 놓고 보면 1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고, 대(對)중국 수출도 2개월 연속 100억 달러대를 기록한 게 수출 회복세에 영향을 미쳤다. 무역수지도 최근 2년 내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4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1년 전보다 4.4% 감소한 546억6000만 달러(약 74조643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수입은 16.5% 줄어 509억6000만 달러(69조508억원)를 기록했다.
이에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37억 달러(5조135억원) 흑자였다. 무역수지는 4개월 연속 흑자로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다만 수출 실적은 이전보다 개선된 모양새다. 감소율이 4%대로 전월(-8.4%)에 이어 한 자릿수를 이어갔다는 점에서다. 이는 월별 수출 실적이 감소세로 전환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아울러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67억 달러(약 3조523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이자 지난해 9월(약 26억6000만 달러)과 매우 근접한 수치다. 수출물량은 수출액 감소에도 전년 대비 0.3% 증가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지난달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인 99억4000만 달러(13조4687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13.6% 떨어진 수치지만 올해 가장 낮은 감소율이다. 지난 1분기 최저치를 기록한 뒤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메모리 감산효과 가시화와 현물 가격 반등, 고성능 제품 수요 확대 등에 따라 수급 상황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반도체 부진에 효자 품목으로 올라선 자동차는 지난달 52억3000만 달러(7조866억원)를 수출하며 9.5%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은 역대 9월 실적 중 1위를 달성하며 15개월 연속 수출 증가를 이어갔다. 특히 전기차 수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46.5%)하며 자동차 수출 호조세를 이끌었다.
이 밖에 수출 실적은 일반기계, 선박, 가전, 철강, 디스플레이 등 6개 주력 품목에서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특히 일반기계는 미국·유럽연합(EU)·아세안(ASEAN) 등에서 생산·설비투자에 따른 수요 확대, 중동·중남미수출 다변화를 통한 신흥국 수출 확대 등에 힘입어 9.8% 증가했다. 6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기록 중이다. 오랜기간 감소세를 보였던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등도 한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전월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의 수출이 올해 최고치인 110억 달러(14조9050억원)로 집계됐다. 2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도 1억 달러로 적자폭을 줄이며 올해 3월 이후 6개월 연속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수출액은 100억4000만 달러(13조6042억원)로 나타나며 8.5% 올랐다. 역대 9월 수출액만 따져봤을 때 최고치다. 8월 자동차 등의 수출 호조세가 4개월 만의 플러스 전환을 만들어낸 뒤 2개월 연속 증가했다.
EU 수출액 역시 자동차와 일반기계의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57억6000만 달러(7조8048억원)를 기록했다. 역대 9월 실적 중 1위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던 ASEAN 수출은 일반기계와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한 자릿수(-8%)로 개선됐다. ASEAN 수출의 52%를 차지하는 베트남(3%)은 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입은 1년 전과 비교해 16.5% 줄어든 509억6000만 달러(69조508억원)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에너지 수입이 줄어든 영향이 수입액을 끌어내렸다. 원유는 16%, 가스는 63%, 석탄은 37% 등 주요 에너지 수입액이 113억1000만 달러(15조3250억원)로 전년보다 36.3%나 떨어진 영향이 컸다.
에너지 외에도 반도체·철강 등 주요 품목 수입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장비 등을 포함해 8.3% 감소한 396억5000만 달러(53조7257억원)를 기록했다. 다만 산업생산에 필수적인 철강(1.2%)·석유제품(21.5%) 수입과 함께 이차전지 원료인 수산화리튬(15.2%) 수입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최근 2년 내 최대 흑자규모인 8억7000만 달러(1조1531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한 이후,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대(對)중국 수출에 힘입어 수출 감소율이 가장 작은 4.4%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수입 감소로 흑자 기조가 지속하는 모양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우리 수출이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와 중국의 경기둔화, 공급망 재편 등의 대외 여건 속에서 개선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4개월 연속 무역흑자, 지난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 반도체 수출 최대 실적, 올해 최고 수준의 대중국 수출 등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위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플러스 조기전환을 위해 '수출현장 방문단'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수출 현장을 방문하며 우리 수출기업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해결하겠다"며 "민관합동 수출확대 대책회의를 본격 가동하며 단기 수출확대 프로젝트를 이달 초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