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4.10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공천 잡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선거철마다 항용 있어왔던 일이라 이정도 시끄러움은 감내할만하다 싶다가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서민들의 팍팍한 삶의 지표들을 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대통령과 여야 각 당이 연일 쏟아내는 장미 빛 정치적 언사와는 달리 최근 발표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통계들은 암울하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9일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명목소득은 찔끔 오르는 데 그치고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되레 줄었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2만4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더군다나 실질 근로소득은 5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고 실질 사업소득도 5분기째 마이너스다.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반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초반 이후 11분기 만이다.
같은 날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자료에서도 근로자 1인당 작년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4천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명목임금이 2.5% 늘었음에도 소비자물가지수가 3.6%로 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실질임금은 2022년에도 0.2% 줄어 통계 기준이 바뀐 2012년 이후 처음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 후퇴했다.
노인 빈곤 문제는 또 어떤가? 정부가 전 국민의 20%(약 1천만명)를 표본으로 부처별 자료를 모아서 만든 통합데이터인 ‘사회보장 행정데이터(행정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중 절반 가까이가 가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눈에 보는 연금 2023'에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분석했다. OECD의 분석 결과가 정부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행정데이터 자료를 보면 빈곤하지 않은 노인의 연 가처분소득은 1천797만원인데 비해 빈곤 노인의 연 가처분소득은 804만원에 불과했다. 이것마저 연금·사회보장금을 제외한 빈곤 노인의 시장소득은 연 평균 고작 135만원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대부분의 소득이 국가에서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 노인의 빈곤이 심각하다.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 성별 분포는 여성 60.3%, 남성 39.7%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면서 농어촌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남성이면서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보다 빈곤율이 22.6%(p)포인트 높았다. 노인 빈곤 문제는 ‘삶의 만족도’를 악화시키는 고질적 요인이다.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 중 6.5점으로 전년보다 0.2점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4.6점), 콜롬비아(5.6점), 그리스(5.9점) 정도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 중이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개선이 힘들다는 의미다.
물론 OECD 바닥권을 헤매는 우리 국민의 낮은 삶의 만족도는 어느 한 문제가 야기한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난 총체적 문제일 것이다. 소득 양극화-수도권 집중-결혼 기피 및 출생률 저하-고령화-노인 빈곤 등이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국가 부의 총량이 아무리 커져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무엇을 해도 국민 삶의 개선은 어렵다는 걸 이제 대부분 안다.
세계 Top 10위권의 국가 경제력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이 누적되는 과정에 정치권은 책임이 없다할 수 있을까? 작금의 상황에 정치인들의 책임을 짚어볼 수밖에 없다. 민생을 돌보고 나라의 사회 구조 혁신의 토대를 만드는 건 정치권의 일이다. 국민 삶을 개선하고 미래 활로를 열어주는 일이 정치의 유일한 자랑이고 밥값이어야 한다는 기대는 아직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