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칼럼】 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챙기는 삶 되어야

2024.03.21 09:22:16

아빠와 딸이 자동차를 번갈아 운전하며 여행을 가고 있는데 기름이 바닥났다는 경고등이 켜지자 아빠와 딸은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어야 한다며 근처 주유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 바로 2~3분거리에 주유소가 있는데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다른 주유소에 비해 많이 비쌌고 반면 10~15분 정도 거리에는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한 주유소가 있었다. 


기성세대(꼰대)인 아빠는 당연하다는 듯이 10분, 15분 정도 가는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값이 많이 싼 주유소를 가겠다고 주장했고, MZ세대인 딸은 눈앞에 주유소를 두고 왜 멀리 떨어져 있는 주유소를 가냐며 결국 언쟁을 벌이다 아빠의 주장대로 값이 싼 먼거리의 주유소로 가서 주유를 하게 됐다. 그런데 값이 싸다는 이유로 주유 대기를 하는 차는 많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주유를 하게 되었는데 딸이 아빠에게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아빠는 가성비만 알고 가심비는 모르냐?”고 쏘아붙인다. 


주유를 마친 아빠와 딸은 마침 식사시간이 되어 근처 식당을 가게 됐다. 메뉴판에 있는 많은  음식들 중에 아빠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메뉴 중 거의 제일 저렴하면서도 대중적인 김치찌개, 된장찌개였고, 딸의 눈에 들어온 메뉴는 값은 비싸도 그 식당의 시그니쳐 메뉴인 ‘한우 버섯불고기’였다. 주유소에서의 지은 죄(?)가 있어 아빠는 아무소리 못하고 딸이 원하는 메뉴를 주문했지만 ‘영 아니올시다’라는 똥십은 표정이었다. 이번에도 딸이 한마디 한다. “아빠 또 가성비 생각했지? 가성비 진짜 뜻도 몰라? 무조건 싼 것만 찾는 거는 가성비가 아니라 값싼 비지떡 찾는거야.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몰라”라고 거세게 몰아붙인다.  


머쓱해진 아빠는 그제서야 무조건 싼 것 위주로, 가성비만을 따지던 자신을 반성하며 앞으로 가심비를 고려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흔히 소비자의 소비형태를 두고 ‘가성비가 있다’, ‘가심비가 있다’라는 말을 쓴다.  
가성비(價性比)란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사용하거나 투입한 금액과 비교한 성능’이라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성능의 제품을 구입했을 때 ‘가성비가 좋다’라고 표현한다.


‘가성비를 따져서 소비한다’는 말은 경제학 용어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는 경제원칙(경제성원리)과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어야 하고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어쩌면 생활의 목표이자 방법이었던 기성세대(꼰대)들의 소비형태는 거의가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가심비(價心比)는 ‘가격 대비 심리적인 만족감’을 이르는 말로 객관적인 성능보다는 주관적 만족도에 초점을 맞추는 표현이다. 사실 만족도는 매우 주관적이기에 가격보다는 디자인이 예쁜 제품, 명품, 개인적 취향에 딱 맞는 제품 등이 가심비 제품에 속한다.


가심비는 지난 2018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이후 지금까지도 MZ 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1980~1995년 출생자들인 MZ세대들이 명품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신세계 백화점과 롯데 백화점의 명품관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가 50.7%, 30대가 46%에 달할 정도로 명품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성비와 가심비는 비단 소비형태 뿐만아니라 생활현장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게 되면 자연히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위주의 언행을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어야 하고 가성비를 따지다 보니 자기희생과 품이 최대한 적게 들어가는 쪽으로 사고를 하게 되고 남을 배려하기보다 ‘내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 
반면 가심비를 생각하게 되면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게 될 것 같다. 가성비 보다는 어떻게 하면 너와 내가 만족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주변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자기만족도 느낀다면 그것이 진정한 가심비가 아닐까.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한 한정된 재화를 효과적으로 소비하려면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는 없지만 가성비와 더불어 가심비까지 챙기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어쩌면 가심비를 챙기는 삶이 행복의 지름길일 수도 있다.  ​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박성태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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