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정부가 야당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국회 처리 하루 앞두고 정부안을 제시했다.
오는 28일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통과를 강행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27일 정부안을 내놨다.
피해자가 현재 주거지에서 내몰리지 않도록 주거안정성을 제공하고, 피해구제 사각지대에 있던 신탁사기 주택 등도 매입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LH는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피해주택을 경매를 통해 매입한 후 그 주택을 공공임대로 피해자에게 장기 제공한다. 경매 과정에서 정상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한 차익(LH 감정가-경매 낙찰가)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살던 집에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피해자가 이후에도 계속 거주를 희망하면 시세 대비 50~70% 할인된 비용으로 추가로 거주(10년+10년)할 수 있다. 임대료를 지원하고 남은 경매 차익은 피해자의 공공임대주택 퇴거 시 지급해 보증금 손해를 최대한 회복하도록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경·공매 유예 등 경매가 본격화되지 않아 매입 실적이 저조하지만 이번 방안으로 피해자는 살던 주택에서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보증금 피해까지 회복할 수 있어 신청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입대상에서 제외됐던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등도 매입해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위반건축물의 경우 입주자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를 면제하는 등 한시적 양성화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또 LH가 신탁물건의 공개매각에 참여하고, 매입 시 남는 공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를 지원한다. 다가구 주택은 피해자 전원의 동의로 공공이 경매에 참여해 매입하고, 남은 경매차익을 피해액 비율대로 안분해 지원한다.
선순위 임차인이 거주 중인 피해주택은 경매 시 보증금을 전액 돌려줘야 하는 만큼 제3자의 경매 참여가 저조해 피해자 본인의 낙찰이 불가피했다. 이제는 공공이 보증금을 인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매입하고, 경매 차익을 활용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당초 정부는 2주 전 보완책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야당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모양새는 부담스럽다는 야당의 만류로 발표가 무산됐다. 그러다 개정안의 통과가 기정사실화되자 이날 정부 대안을 내놓으면서 다시 한 번 '선구제 후회수'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야당 개정안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피해자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경·공매 등을 거쳐 회수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이 무주택 서민의 청약저축액 등으로 조성된 만큼 목적에 맞지 않는 용도에 쓸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3일 정부가 세 번째로 개최한 개정안 관련 토론회에서는 법무부, 금융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관계기관과 법조계, 학계 관계자 등이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특히 부실채권이다보니 공정한 가치평가가 이뤄지더라도 회수금액이 적어 기금에 수조원대의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 어려움으로 지적됐다.
박상우 국토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의)개정안은 보증금 채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과 절차가 미비해 현실적으로 시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또 주택도시기금이 원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될 뿐 아니라 향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현재 본회의에 부의된 개정안으로는 신속한 구제가 어렵고, 공공과 피해자 사이에 채권 매입 가격을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킬 것이 우려된다"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길이 무엇일지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민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이어 "정부는 22대 국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고 각계각층의 전문가 등과 함께 오늘 발표한 대책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신속히 제도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장관은 지난 13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야당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때 가서 고민해 보겠다"며 "건의를 한다 안 한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 단위 손실이 있는데 수긍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