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돋보기】 퍼펙트 데이즈

2024.07.08 11:23:18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는 도쿄의 청소부 히라야마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과 감성을 포착했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으로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신작이다. 제76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제96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낡아 가는 것의 아름다움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자신만의 취향과 감성을 만끽하며 빛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성실한 청소 노동을 통해 혼자만의 보람을 느끼고 잠시 휴식을 할 때에는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는다. 카세트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변화 없어 보이는 잔잔한 일상이지만 화장실의 쪽지로 익명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젊은 직장 파트너와의 작은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사는 그의 집 앞에 앉아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한다.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 시부야 구의 17개 공공화장실을 16명의 건축가, 디자이너가 리노베이션 한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영화다. 프로젝트 기획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기념하고자 독일의 거장 감독 빔 벤더스에게 영화 제작을 의뢰하면서 장편 극영화로까지 발전됐다. 영화는 창의적인 화장실 건축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등의 기획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나이 든다는 것과 낡아간다는 것, 하루하루 살아가는 행위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와 빔 벤더스의 감성을 잘 버무려 예쁜 굿즈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냈다. 누구나 공감할 듯한 평범한 이야기와 보편적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매우 대중적인 판타지로 가공했다. 

 

 

직접 선곡한 올드 팝 명곡들

 

아름답게 건축된 공공화장실들을 비롯해, 주인공 히라야마의 아날로그적 취향이 가득한 공간들을 따라가 보면 마치 여행을 하는 듯한 볼거리들을 계속해서 만나게 된다. 작고 오래된 그의 집 인테리어는 소박한 그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매일같이 들르는 동네 목욕탕, 낯익은 이웃과 친절한 주인이 있는 오래된 술집, 눈부신 순간순간을 담은 필름 사진을 현상하러 매주 가는 사진관, 틈날 때마다 읽을 책을 고르는 헌책방 등 그의 일상 속 공간들은 모두 낡고 오래된 것들이지만 따뜻하고 편안하며 어딘가 고상하고 세련됐음이 강조된다. 

 

 

빔 벤더스의 오래된 팬이라면 반가움을 느낄만한 특유의 감성이 고스란히 살아있어 클래식함을 더한다. 영화 전반의 감성을 이끄는 1960년대~70년대 올드 팝들은 음악팬으로도 유명한 빔 벤더스 감독이 직접 선곡했다. 루 리드의 ‘Perfect Day’부터 영화 <접속> 주제가로도 유명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밴 모리슨의 경쾌한 ‘Brown Eyed Girl’, 오티스 레딩의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애니멀스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비롯해 롤링 스톤스, 패티 스미스, 킹크스 등의 명곡이 등장하며, 영화의 엔딩에서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까지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도쿄를 배경으로 올드팝 명곡들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빔 벤더스 감독은 <파리, 텍사스>로 제3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베를린 천사의 시>로 제40회 칸영화제 감독상, <멀고도 가까운>으로 제4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사물의 상태>로 제3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밀리언 달러 호텔>로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까지 차지하며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했다. 뿐만 아니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2000), <피나>(2012), <대지의 소금>(2015)으로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에도 3회나 노미네이트 됐다. 

 

 

이번 작품으로 빔 벤더스와 처음 호흡을 맞춘 야쿠쇼 코지는 <큐어>, <쉘 위 댄스>, <세 번째 살인>, <바벨>, <게이샤의 추억> 등으로 알려진 일본의 대배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구로사와 기요시, 이마무라 쇼헤이, 호소다 마모루, 미이케 타카시, 나카시마 테츠야, 아오야마 신지, 오구리 코헤이, 니시카와 미와 등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롭 마샬 등 할리우드 감독들과도 함께 작업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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