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20세기 초 산업사회 속에서 느끼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공허를 독보적 감각으로 표현해 낸 작품들로 유명한 미국 미술의 아이콘이자 세계 미술계의 거장 에드워드 호퍼의 삶과 예술세계, 그리고 현대 문화에 미친 영향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영감을 준 장소, 그곳에서 탄생한 작품들
일상적 풍경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혹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탁월했던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은 알프레드 히치콕부터 데이비드 린치, 심지어 마크 로스코, 뱅크시와 심슨가족까지. 그림, 사진, 영화, 음악 등 현대 문화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영화는 에드워드 호퍼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에게 영감을 준 장소들과 그곳에서 탄생한 작품들을 조명하고, 더불어 그의 내밀한 삶과 사랑 이야기를 통해 그의 전반적인 예술 세계를 탐구한다. 예술가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에드워드 호퍼를 섬세하게 탐구하며 작품 속에서 어떻게 감정이 표현했는지 살펴본다. 호퍼 예술 세계 뒤에 있지만 호퍼 예술과 생애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진 아내 조세핀 호퍼와의 복잡한 관계도 조명한다. 영화는 그의 생애와 예술 여정 전반을 펼쳐 보이며 그가 어떤 시대를 어떻게 살고 느꼈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됐는지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은 다시 세상에 영향을 주었음 또한 확인시킨다.
에드워드 호퍼의 생애와 그림을 풍부한 해설과 함께 풀어낸 영화인 만큼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지난해 4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의 첫 국내 개인전 ‘길 위에서’가 4개월간 약 33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중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지난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호퍼의 대표작 ‘밤을 지키는 사람들(Night-hawks)’은 물론 ‘찹 수이(Chop Suey)’, ‘자동판매기(Automat)’, ‘아침 햇살(Morning Sun)’, ‘철길 옆의 집(House by the Rail-road)’ 등 그의 유명 작품을 포함해 총 94점의 그림을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
가려진 숨은 영웅 조세핀 호퍼
에드워드 호퍼 그림의 배경이 되는 실제 장소와 비교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는데, 실제 풍경이 호퍼의 손을 거쳐 그림으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그의 독특한 시각이 어떤 방식으로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묘미 중 하나다. 영화는 호퍼의 예술과 삶, 인간관계를 조명하며 수수께끼 같은 그의 그림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을 담아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 역할도 하고 있다.
태어난 곳과 성격, 개인적인 성향, 그가 옮겨 다닌 장소 등을 통해 그의 예술 세계와 개인적인 삶을 잘 융합해 전개한다. 특히, 그의 화가 생활에 큰 서포트가 된 아내 조세핀 호퍼의 이야기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에드워드 호퍼가 현대문화의 숨은 영웅이라면 조세핀은 에드워드 호퍼의 숨은 영웅이라고 할 만큼 그의 작품활동 내적 외적 부분과 일상에 희생적이고 열정적인 조력자였다.
에드워드 호퍼가 자동차로 긴 시간 여행을 하며 각 지역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낼 때마다 그의 곁에는 항상 아내 조세핀이 함께했다.
조세핀 호퍼 역시 매우 재능이 넘치는 화가였지만 결혼 이후 폭력적이고 강요적인 환경에서 작품 활동이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적 사회 분위기로 인해 그녀의 그림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에드워드에게 크게 영향을 끼친 조세핀의 아름다운 그림 몇 점이 소개된다. 그녀의 실제 일기장도 영화에 등장하는 등 조세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