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지난해 기준 3개월 이상 국내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246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4.8%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최초 발표된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외국인 취업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한국의 외국인 취업비자 소지자가 92만 명을 넘어서면서 100만 외국 노동시대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는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이어 마을버스 운전기사에도 외국인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는 매년 마을버스 운전기사 인력의 약 20%가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자 외국인 운전기사 도입에 나선 것이다.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을 추진하겠다며 정부에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넣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마을버스 기사 부족인원은 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시는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을 추진하겠다며 정부에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넣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마을버스 업계가 외국인 운전기사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 왔지만, 서울시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이번이 최초이다. 이에 외국인 고용허가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마을버스 운전기사라고 하는 것은 도로교통법도 있고, 승객을 모셔야 하고, 교통사고 위험도 있고, 탑승객들이 언어도 알아들어야 한다”며 “저희 부에서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서울시가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나서자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채용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
지난 18일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마을버스 기사들의 인력 수급이 힘든 진짜 이유는 박봉과 격무 때문”이라며 “우선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급여 등 처우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저임금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사용하기 전에 자국 노동자의 일자리 보호를 먼저 생각한다”며 “외국인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했다가 내국인 노동자의 일할 기회를 박탈하고 결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던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가사관리사에 이어 마을버스에까지 외국인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향후 더 많은 영역에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내국인 돌봄 종사자가 감소하면서 급등한 돌봄 비용을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통해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시도한 바 있다. 바로 지난 9월부터 서울시는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 약 100명을 채용해 약 140개 가정에 투입했다.
이렇게 서울시는 외국인 인력 고용 촉진을 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입장이지만, 법무부 등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특히, 법무부의 비자 제도 운영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며 산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서울시는 불만이다. 이에 법무부는 불법체류 문제, 내국인 일자리 침해, 사회 통합 등을 이유로 출입국 질서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시가 나서서 비자 발급 대상 확대를 요청하고 외국인 채용에 앞장서는 것은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산업별로도 인력 부족은 현실이 됐다. 서울 시내 중소기업 기술·연구·서비스직 부족 인력은 지난 2022년 기준 4만 명에 달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내국인 노동자들의 외국인 견제도 가시화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활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할 경우 ‘치안 문제’와 ‘내국인 일자리 감소 등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서울시와 법무부의 실질적인 고민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