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와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논스톱 블러디 스릴러.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데미 무어, 데니스 퀘이드, 마가렛 퀄 리가 출연했다.
재생과 과잉 성애화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되던 날,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돌아가던 길에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는다.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가 탄생한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감독 코랄리 파르자는 장편 데뷔작 〈리벤지〉에서 보여준 독특한 감각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자 영어 데뷔작인 〈서브스턴스〉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을 얻었다.
한물간 할리우드 스타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여성의 대비로 현대 사회와 할리우드가 가진 여성의 미를 향한 어긋난 집착과 광기를 독창적으로 풀어낸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존 카펜터와 같은 바디 호러 거물들의 영향을 받아 재생과 과잉 성애화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파르자 감독은 “40세가 넘어서면서 나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쓸모 있거나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없는 나이에 이르렀다는 엄청난 압박이 들었다”고 시나리오를 집필 이유를 밝혔다. “여성에 대한 사회의 압박과 통제, 폭력에 대해 여성 배우를 통해 설명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영화의 주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서브스턴스〉는 완벽함의 추구가 어떻게 필연적으로 자기 파괴로 이어지는지를 폭로한다.
본능적인 신체 공포가 이 메시지의 핵심 수단이지만, 영화는 의상의 색상으로 다양한 상징을 보여준다.
빨강, 노랑, 파랑의 생생한 색조는 영화의 시각적 풍경을 강조하는 동시에 파편화되고 삭제되는 인물의 각 단계를 표시한다. 영화가 파괴적인 결말을 향해 질주하면서 색의 상징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영화는 문화적으로 코드화된 색상을 12단계 뷰티 루틴의 현대적 친밀감 속에 위치시켜 관행에 내재된 폭력을 드러낸다.
연기 인생의 전환점, 데미 무어
데미 무어의 연기는 이 작품의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인물 ‘엘리자베스’는 실제 데미 무어와 겹쳐 보이는 구석이 있다. 1981년 데뷔한 데미 무어는 90년대 전 세계를 사로잡은 초특급 히트작 〈사랑과 영혼〉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이후 〈어 퓨 굿 맨〉, 〈나우 앤 덴〉, 〈지.아이.제인〉 등의 작품에 연달아 주연을 맡았다. 수십 년간 할리우드를 풍미한 아름다운 스타였던 만큼 나이 들면서 외모의 변화나 성형과 관련된 소문이 따라다니기도 했다.
점점 늙어가는 모습으로 변신하기 위해 9시간에 달하는 특수 분장을 감내하고 전신 노출도 불사하며 열정을 불태운 데미 무어에게 이번 작품은 연기 스타일이나 배우로서의 이력 등 모든 면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강렬한 시도이자 전환점으로 보인다.
마가렛 퀄리는 데미 무어와 함께 1990년대에 왕성하게 활약한 할리우드 스타 앤디 맥도웰의 딸이다. 이번 작품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완벽여신 ‘수’로 분했다. 2013년 지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팔로 알토〉를 시작으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가여운 것들〉,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등에 출연해 할리우드 거장 감독들의 뮤즈로 떠올랐다. 〈투모로우〉,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의 데니스 퀘이드는 ‘하비’라는 이름의 역할로 등장해 성추문 스캔들로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은 하비 웨인스타인을 저격한 듯한 캐릭터를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