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치권은 예상 밖의 일이 쏟아진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정쟁의 회오리 속에 여야 간 극한의 대치도 여전했다.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특검법을 잇달아 발의했고, 정부여당은 거부권으로 맞섰다. 윤 대통령은 올해만 18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명태균 게이트’는 여권을 강타했다. 연말에는 계엄 선포와 6시간 만의 해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초유의 ‘내란 수괴’ 피의자 조사, 국회를 장악한 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 등이 이어졌다. <편집자 주>
1.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연말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됐고, 국민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내란 수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이 대다수 국무위원의 반대에도 계엄을 강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맞서겠다”고 밝혔다.
2. 45년 만의 비상계엄... 6시간 만에 해제 돼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밤 전격 발표한 비상계엄은 45년 만의 일이다.
야당의 입법 폭거에 맞서 국가 정상화 수단으로 계엄이 필요하다는 게 담화문의 요지였다. 국회는 2시간 만에 비상계엄 해제를 결의했고,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여당은 ‘질서 있는 퇴진’으로 출구를 모색했지만 윤 대통령은 거부했다. 결국 여당 의원 12명이 탄핵소추에 동참하면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파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3. 22대 총선 야당 압승, 與 개헌 저지선에 그쳐
4.10 총선에서 야권은 민주당 175석 등 총 192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인 108석을 겨우 확보하는데 그쳤다. 야당은 ‘정권 심판’을 앞세우며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조국 사법리스크’를 강조하며 ‘이조심판론’을 꺼내 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거대 양당이 21대 총선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위성정당(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연합)으로 선거를 치르며 선거제도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4. 여야 ‘극한 정쟁’ 지속, 기승전 ‘김건희·이재명’
여야 간 극한 정쟁은 올해도 지속됐다. 4월 22대 총선 결과 국회는 21대에 이어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졌다. 의회 권력을 장악한 야당은 각종 특검법과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을 잇달아 강행처리했고,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맞섰다. ‘野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재표결 부결·폐기’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과 이에 맞선 여당의 ‘이재명 사법리스크’ 이슈가 정치를 뒤덮었다. 결국 여야 대화는 실종됐고 1년 내내 가파른 대치 정국만 이어졌다.
5. ‘이재명 사법리스크’ 진행형... 1심, 1승 1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첫 시험대가 될 2개의 재판 1심 선고가 나왔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선 유죄, 위증교사 사건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는 이 외에도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재판이 예정돼 있다.
6. 잇따른 정치인 피습... 이재명·배현진 습격당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습격당해 충격을 주었다.
이 대표는 흉기로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해 내정경맥 손상을 입었고, 배 의원은 중학생에게 중학생 돌덩이로 머리를 15차례 가격당해 봉합시술을 받았다. 미국 대선과정에서도 트럼프 후보가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으나 치명상은 피했다. 정치인이 잇따라 피습에 노출되자 정치의 양극단화에 따른 혐오 정서가 이런 위험을 초래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7. 정치 브로커 ‘명태균 게이트’, 여권 강타
9월 정기국회 기간에 터진 정치 브로커 명태균 관련 의혹이 여권을 강타했다.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여권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권 전체가 ‘명태균 게이트’에 휘말렸다. 명 씨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며 친분을 쌓았고, 이를 활용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힘을 썼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커졌다. 결국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의혹’을 직접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8. 조국혁신당·개혁신당 원내진출... 진보당 원외
4월 제22대 총선에서 신생 정당인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특히,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로만 12석을 차지해 단박에 원대 3당으로 떠올랐다. ‘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로 정권 심판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의원이 경기 화성을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고, 여기에 비례대표 2석을 합해 총 3석을 차지했다. 반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원내진출 20년 만에 원외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9. 초유의 감액 예산안 통과... 野 일방 감액·삭감
민주당 등 야권은 수사기관 특수활동비 삭감 등 감액만을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정부·여당과의 협의 없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677조 4,000억 원 규모의 정부안에서 4조 1,000억 원을 감액한 사상 초유의 ‘감액 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 예산 등을 놓고 여야정이 협의했지만 결국 여권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증액을 포기하고 감액 예산안을 처리한 것이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0. ‘헤어질 결심’... 北헌법, 대한민국 ‘주적’ 명시
북한이 헌법을 개정해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명시했다. 김정은은 이미 지난 1월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는 것을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0월 최고인민위원회를 열어 헌법을 개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헌법 개정 일부만 공개했을 뿐, 영토 규정과 관련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영토 조항의 경우 기존 정전협정 체제와의 충돌 가능성 등 때문에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