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봄의 기운이 솟기 시작한 남산 야외식물원에 난데없이 노랑색 옷차림의 유치원생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고사리 같은 손에는 돋보기가 들려있고, 머리에는 개구리모양의 탈을 쓰고,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어 “개굴 개굴”구호를 외치며 남산 전시관으로 들어간다.
전시관안에는 환한 미소를 띤 자원봉사자들이 꼬마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은 자원봉사자와 인사도 끝나기 전에 어디론가 급히 뛰어간다. 아이들이 멈춘 곳에는 개구리한살이 과정이 점토로 만들어 전시되어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아이들이 만져볼 수 있도록 하며 순서에 따라 개구리한살이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 아이들은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하는 과정, 즉 ‘변태 (變態)’라는 단어를 듣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자원봉사자는 예측했다는 듯 ‘개구리송’을 불러 아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개구리에 관한 내용을 계속 진행한다.
개구리한살이에 대한 설명과 질문을 끝내고 일명 ‘개구리연못’으로 이동한다. 책과 TV에서만 보았던 개구리를 실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아이들은 다소 흥분되어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가며, 개구리에 관한 퀴즈, 자연놀이 및 자연관찰을 하며 이동한다. 그런데 자원봉사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눈 속에서 피는 꽃을 보여 주겠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원봉사자를 응시한다.
이 곳은 얼음사이에 피어 ‘얼음새꽃’, ‘설련화’라고도 불리는 ‘복수초’ 식재지이다. 남산 야외식물원에는 100본 가량의 ‘복수초’가 심어져 있는데, 이미 활짝 핀 복수초는 노란색의 꽃방석을 만들어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복수초가 복과 장수를 가져다주며, 햇빛을 받으면 펴고, 저녁이나 흐린 날에 햇빛이 없으면 꽃봉우리를 닫고 잠을 잔다는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듣고 밤을 기다려 반드시 복수초가 잠드는 모습을 보겠다고 다짐하는 아이도 나타났다. 아직은 바람이 차게 느껴지는 때이지만 복수초의 노란미소를 닮은 아이들의 마음과 표정에는 이미 봄이 가까이 닿아 있는 듯 하다.
복수초를 관찰하고 얼마를 지나 연못에 도착했다. 연못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귀를 기울이면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는 자원봉사자의 말에 귀를 세우고 들어보지만 바람소리와 새소리뿐이다. 작은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니 또 다른 작은 연못이 있다. 선생님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여기저기에 떠있는 개구리 알이 지천으로 보이고 갓 부화한 듯한 콩알보다 작은 올챙이들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개구리연못’이다. 아이들과 함께 부풀어 오른 상태에 따라 먼저 낳고 나중에 나은 알을 구분해 보기도 하고, 알의 개수를 세어 보기도 하며, 올챙이의 크기에 따라 부화 후 몇 일이 지났을 것인가? 등 관찰과 의견을 나누는 사이, 어느새 자연과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다.
몇 몇 아이들은 올챙이를 잡아가 집에서 잘 기르겠다며 자원봉사자에게 애원하거나 급기야 떼를 쓰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는 미소띤 얼굴로 우리 곁을 떠났던 개구리가 남산에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힘들었던 과정을 설명해 주시고 개구리의 친구로서 올바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온화한 말투로 설득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가 건강한 개구리가 되어 내년에 이곳을 찾아와 알을 낳아 대를 이어주길 기원하며 다시 전시관으로 돌아간다.
전시관 마당에서는 개구리노래에 맞추어 율동도 하고 신나는 놀이를 통해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실내로 들어가 점토를 이용하여 각자 알, 올챙이, 개구리를 만든다. 아이들은 진지한 모습으로 전시된 개구리 한살이 모형과 수조의 알과 올챙이를 다시 관찰하기도 하며 작품을 완성해간다. 완성된 작품을 책상위에 전시하고 작품을 설명한다. 보기에도 멋진 작품이 아이들의 설명이 더해져 예술품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작품을 손에 든 아이들은 자원봉사자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한다.
이상은 남산공원에서 진행되는 개구리관찰교실의 모습이다. 개구리관찰교실은 경칩을 전후하여 개구리의 산란기에 맞추어 진행되는데, 올해는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리며 주중에는 유치원 단체를 대상으로, 토요일에는 초등학생 및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3월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에 대한 집중 탐구학습이 가능한데 습지생태공원인 길동생태공원에서는 개구리한살이 교실이 6세 이상의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이 밖에도 매월 공원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새 단장을 마친 보라매공원의 에어파크에서는 우주항공체험교실이 새롭게 문을 열며, 서울숲에서는 세계의 딱정벌레와 수서곤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곤충전시회가 열린다. 월드컵공원, 여의도공원, 영등포공원 등에서도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 (
http://parks.seoul.go.kr)에서 확인과 예약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