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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국가보훈처 외면속에 석면 피해 대위 사망

국방부, 상이연금 소송당시 석면 작업시간 축소 정황
국가보훈처,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하며 행정재판 이어가

강민재 기자  2018.04.14 2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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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보호장비도 없이 석면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환경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유모 대위에 대해 국방부와 국가보훈처가 이를 축소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종대 의원(정의당)은 14일 국방부·국가보훈처·유족 등으로부터 확인한 자료를 발표하며, 국방부가 유 대위의 석면 작업 시간을 축소하려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유 대위는 2008년 육군 통신병과 소위로 임관한 후 6년간 보호 장비도 없이 매주 2~3차례
석면이 들어간 천장 마감재를 뜯고 통신선 설치 및 보수작업을 수행했다. 2014년 7월 폐암 4기 판정을 받았고, 지난 3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입대전 신체검사에서 1등급을 받았던 유 대위는 흡연·음주도 없었으며, 쌍둥이 동생을 비롯한 8촌이내 친족 중 폐암에 걸림 사람도 없었다.

육군은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가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공상 판정 후 퇴역 처분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보훈처는 상이연금 지급과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했다.

유 대위는 석면과 폐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국방부와 보훈처를 대상으로 2년 간 법정싸움에 들어갔고, 병상에서 폐 조직을 떼어내 미국 연구기관에 보내고, 근무했던 부대의 석면을 직접 구해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천장 마감재 석면 함유량은 5%, 2009년 기준치 0.1%의 50배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고인이 실제 수행한 업무량과 달리 수도방위사령부와 27사단에 남아 있는 업무기록은 단 9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 대위가 초과 근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유 대위와 함께 근무한 병사들이 나서 초과 근무 사실을 증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 대위가 2년 넘게 모은 자료를 근거로 ‘근무 당시 석면분진이 발생했는데도 군에서는 방진 마스크 등의 보호장구를 지급하지 않는’ 등 유 대위의 폐암 발병 책임이 군에 있음을 밝히며, 지난 해 6월 국방부에 상이연금 지급을 명령했다.  

국가보훈처는 법원의 상이연금 지급 명령에도 불구하고 국가 유공자 등록을 거부하며 행정재판을 이어갔다. 국가보훈처는 ‘유공자 소송 당사자인 유 대위가 숨져 유족이 다시 소송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그동안 보훈 정책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을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수립했던 게 아니라 주어진 예산에 맞춰 보훈 대상자를 최소화하는데 급급했다”며 “그 결과 국가는 유 대위에게 폐암이라는 1차 가해, 행정소송이라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바뀐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보훈개혁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아직도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며 “군에서 다치거나 병을 얻어도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입증해야 하는 매우 높은 문턱을 제거하기 위해 군인연금심의위원과 보훈심사위원의 현장 조사를 의무화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개진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