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흡입, 찰과상 88명 외 인명피해 없어
주민들 "고생한 소방대원 고마움 말로 다 못해"
건물 외벽패널 사이 숨은 불씨 반복
소방청, 특수소방장비 동원령 발령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울산광역시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아파트에서 난 화재가 소방대원과 주민들의 신속하고 침착한 대처로 사망자 한명 없이 대형 참사를 면했다.
화재 발생 직후 소방서의 신속한 대응과 주민들의 협조로 신생아와 노인 등을 차례로 대피시키면서 단순 연기흡입 환자외에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울산소방본부는 주상복합아파트 건물에 있던 주민 77명을 구조하고, 단순 연기흡입 및 찰과상을 입은 주민 88명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불이 난 주상복합건물은 지하 2층, 지상 33층 규모(높이 113m)로 127가구와 상가가 입주해 있다.
강풍으로 불이 삽시간에 33층 전층으로 번진 위기상황이었다.화재 당시 수백명이 건물 안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나 연기가 퍼지자 주민들은 일사불란하게 화재 발생을 알렸다. 비상벨과 안내방송은 제때 안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본부는 화재발생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피난층(28층)과 옥상 등지로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알렸고, 3시간 만에 이들을 모두 구조했다.
아파트 주민 이승진씨는 "내가 옥상으로 올라가 보고, 안전한 곳을 찾아서 비상계단에 있는 분들을 데리고 옥상 쪽으로 유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연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대피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주민들이 위기 상황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먼저 대피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침착하게 피난층인 28층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소방대원들의 신속한 구조 노력이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어느 주민은 "밤새 고생한 소방대원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날 밤 11시7분께 화재가 발생한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큰 불길은 잡힌 상태다. 하지만 강한 바람 탓에 건물 사이사이에서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 410명, 기타인력 74명 등 484명과 장비 60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정문호 소방청장이 9일 울산 남구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소식에 현장으로 달려가 화재 대응·수습 및 피해 상황을 살펴봤다.
행안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진 장관은 이날 새벽 울산행 KTX를 타고 오전 7시53분께 울산역을 도착해 20여분 떨어진 화재 현장을 찾았다.
진 장관은 앞서 전날 밤 화재 발생 직후 상황을 보고 받고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구조과정에서 소방대원의 안전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그는 또 "화재 사실을 주변에 신속히 전달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를 기해달라"고도 당부했다.
행안부는 자체 상황관리반을 운영해 관계기관과 신속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정 청장은 화재가 난 직후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상황실에서 상황 보고를 받았고, 이날 오전 2시께 현장으로 가 직접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를 지휘했다.
특히 오전 6시15분에 기해 인근 8개 시·도에 특수소방장비 동원령을 명령했다.
소방 대응시스템은 화재·재난 규모에 따라 1∼3단계로 운용된다.기존에는 시·도소방본부 경계를 넘는 2단계 발령 이후 시도별로 동원해야 할 소방인력과 장비를 다시 지령했지만, 지난 4월 1일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동시에 소방출동 '관할'이 사라지면서 소방청장의 판단에 따라 전국 소방력 동원이 가능해졌다.
특수소방장비 동원은 화재 발생 장소가 33층짜리 고층 아파트에 건물 외벽이 물에 타기 쉬운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돼 있는데다 재발화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이번에 동원된 특수소방장비는 서울·부산·대구·세종·경기·경북·경남·창원 8개 소방본부의 헬기 4대(산림청 1대 포함)를 비롯해 고가사다리차, 고성능화학차, 펌프차, 물탱크차 등 차량 89대다. 소방 인력 272명도 배치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건물 외벽이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돼 있고 화재 이후 패널 속에 숨어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되살아나는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며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인근 시도에 특수장비 출동을 명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