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제2회 환경영화제(9월8일~14일) 참석을 위해 방한해 9일 프레스센터에서 국내 기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담은 ‘키아로스타미의 길’이 8일 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영화제의 부대행사로 ‘키아로스타미의 사진전’ 또한 15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내한은 지난 1997년 부산영화제 참가 이후 두 번째다. 키아로스타미는 “테헤란 거리에 LG와 삼성의 간판들이 많기 때문에 서울이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감독과 일문일답.
- 환경영화제 제작 요청 수락 이유.
요청을 받고 영화를 만드는 편이 아닌데,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영화제와 내 생각이 부합됐기 때문에 수락했다. 전시 중인 사진전을 보면 내가 얼마나 자연과 환경에 대해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왜 ‘길’에 천착하나.
내 영화가 충분한 답이 되리라 본다. 길은 인간에게 생활환경이며, 소통과 관계의 수단이다.
- 이란의 자연풍경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지리적인 구분은 무의미하다. 내 사진의 많은 부분이 이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찍은 것이지만 구분을 못할 것이다. 그만큼 지리적 구분은 중요치 않다. 기상이변이나 환경의 변화는 있지만 나무는 어디에 있으나 나무다.
- 영화의 핵심은 언제나 동심이나 자연이다.
동심이나 자연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결국 동심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인류는 진보해왔다. 자연과 인류의 상생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답 하려면 책 한권은 내야 할 듯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보와 상반되는 개념은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어쨌든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핸드폰이 시장에 나왔을 때 나도 구입했다. 사진도 찍어보고 진동도 느껴봤다. 하지만 나를 찾고 싶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었고, 나는 사용법을 잘 몰라서 점점 멀어졌다. 기술 또한 삶을 풍요롭고 기쁘게 해주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기술적 진보를 지향하지만 결국 근본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는 어떤 기종을 쓰나.
28년 동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날로그 카메라를 줄곧 쓰고 있다. 대형 사진을 찍을 때는 디지털의 힘을 빌린다. 현재 디지털과 비교 중인데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 왜 하필 동심과 자연을, 그것도 영화로 표현하게 됐나.
처음부터 작정했던 것은 아니다. 35년간 영화를 제작하면서 사람들의 삶과 자연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됐다.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내가 치과 의사 시험에 통과했다면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다. 영화감독이 됐던 것은 일정부분 원했던 것도 있고, 또 일정부분 취향도 작용했겠지만 일정부분 우연도 있다.
- 앞으로의 계획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 일흔 노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 이 작품도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한국 관객과 만나고 싶다. 내 영화를 좋아하고 보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