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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어떻게 남자를 만드나

정춘옥 기자  2005.11.10 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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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 굵직한 독립영화 축제들이 막을 내리고 가을 극장가에 작은 영화들이 풍성하다. 이달 18일 개봉하는 ‘용서받지 못한 자’ 25일 개봉하는 ‘안녕, 사요나라’ ‘다섯은 너무 많아’는 모두 영화제에서 이미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수작들. 12월 개봉예정인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는 인디영화계의 스타 남기웅 감독의 신작으로 마니아들의 기대가 크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나는 ‘용서받지 못한 자’는 2,000만원짜리 졸업영화라는 면에서 더욱 큰 놀라움을 안겨주는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PSB관객상, 뉴커런츠 특별언급,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넷팩상을 모두 휩쓸며 일약 스타로 부상한 ‘용서받지 못한 자’는 독립영화를 넘어 한국영화계의 성과로 평가됐다. 군대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남성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명령과 복종의 ‘군대식 권력’의 핵심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더 놀라운 점은 지겹고 무거울 것이 뻔하게 생각되는 주제를 유쾌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코미디와 미스터리, 사회고발의 장르가 적절히 섞여있는 ‘용서받지 못한 자’는 특히 남성 관객의 강한 공감을 끌어낼만한 군대 일상의 사실적 묘사가 돋보인다.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들이 비극적 사건으로 발전하면서 착잡한 회고의 감정을 끌어내는 감독의 솜씨는 범상치 않다.

적당히 조이고 풀어주는 법을 아는 군기반장 태정, 강한 자의식으로 저항하지만 결국 항복하고 마는 지식인 스타일의 승영, 사회가 원하는 남성성의 기준에서 아예 미달인 고문관 지훈, 신참 괴롭히기가 고참의 특권이자 취미생활이라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이 없는 수동 등은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자신의 군대시절을 떠올렸을 때 하나씩 들어맞는 인물들이 다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캐릭터들이다.

영화는 특별히 폭력적인 인물도, 특별히 영웅적인 인물 없이도 평범한 인물들이 어떻게 갈등하고 내면적 변화를 겪는지를 미세하게 잡아낸다. 그리하여 바로 그 일상 속의 폭력과 권력, 생존 법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것인지를 웅변한다. 윤종빈 감독이 제작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용서받지 못한 자’는 군대라는 ‘집단적 마초주의’의 스펙트럼 아래 폭력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서 느낀 분노와 상처 그리고 죄의식의 합리화시키거나 잊고 싶은 기억을 환기시킨다. 개봉관은 CGV 인디상영관, 시네코아, 동숭아트센터 등 전국 20개 스크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