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임관 후 장군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복무한 저자의 삶을 담은 책이다. 군 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점을 재치 있게, 때로는 예리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 군을 경험한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추억담과 함께, 새로운 리더십 모델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다.
유연한 리더의 필요성 강조
저자는 다소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진 군에서 유연함과 융통성, 리더십을 가지기 위해 오히려 더 유머러스하고 명랑한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긴장감 속에서도 임무를 즐기는 여유가 있어야 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유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 생활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생생한 희노애락과 함께 이 책은 바람직한 리더에 대한 비전과 조건을 담았다.
저자는 열정을 불사르던 초급간부 시절, 진급에 기쁜 나머지 사격훈련장에서 자신이 이끄는 소대원들과 ‘꿩 사냥’에 나선다. 군대는 복무규율이 엄격한 곳이고, 게다가 사격훈련장의 군기는 어떤 곳보다 엄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대원들에게 명령을 하달하여, 꿩 사냥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모습이 대대장님에게 걸렸으나, 대대장님은 저자의 행동은 용서해준다.
대대장님의 유쾌한 용서 속에서, 규율과 규범도 물론 중요하지만 법규와 처벌로 다스리는 방법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벌대신 격려와 재치로 자신을 용서한 상관에게 오히려 더 많은 충성심을 가지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역시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재치와 유머를 항상 몸에 지니고 주변사람에게도 그런 활기차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말이다.
저자는 이 사건을 경험함으로써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됐다. 때론 용서와 관용이 더 큰 가르침을 만든다는 말을 가슴속에 새기게 된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긍정의 힘
이 책은 군 조직의 문제점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공룡이 되어버린 소수의 특정집단이 기득권을 가지고 좌지우지하다보니 힘없는 사람들은 기를 못 펴고 눈치를 살피게 되어 누구 하나 제대로 말을 못한다. 만약 입바른 소리나 불평불만을 했다간 군 조직의 화합과 단결을 저해시키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보직 및 진급에서 바로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며, “스스로 무기력한 조직이 되길 자처하는 것 같다. 군 조직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듯하여 정말 안타깝다”고 말한다.
저자가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이유다. 그리고 나아가 이것은 우리 시대의 인재상에 대한 제언이기도 하다. “군대는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국 군대문제는 사회문제이 연장이며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라고 강조한다.
최근 방송에서도 군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힘들고 팍팍한 삶을 견뎌야 하는 시절에는, 대중에게 ‘군대정신’이 회자되기도 한다. 매번 여론의 뭇매를 맞는 집단이 군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속에 역경을 이겨내는 극기의 정신을 배운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락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다. 경제가 어렵고, 민심이 흉흉하다 해도 어려움을 이기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그 에너지를 이끌어나갈 리더가 되는 것으로 인생의 제3장을 출발하려 한다. 앞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저자의 발걸음을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