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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를 뒤엎는 디즈니의 최고작 ‘겨울왕국’

진보한 디즈니의 주체적 여성상, 사랑에 대한 건강한 메시지

정춘옥 기자  2014.01.23 1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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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현재 극장가의 가장 핫한 작품을 뽑으라면 단연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다. 개봉 7일만에 17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애니메이션사에 남을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22일 전국 관객 161,759명을 동원하며(누적 관객수 1,709,065명. 1/23 오전 7시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겨울왕국’은 환상적인 3D 영상과 국내 음원 사이트는 물론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빛나는 명품 OST가 더해져 관객을 매료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완전히 다르게 각색하고 재해석한 스토리와 캐릭터에 있다. ‘겨울왕국’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얼려버린 마음, 닫혀버린 문도 진정한 사랑으로 열 수 있다는 원작의 메시지를 따른다. 하지만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여성의 자아 찾기라는 주제가 사실은 더 강렬해 보인다.

이 애니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데, 디즈니의 그 어떤 전작보다 더 구체적이고 진보적이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자 주제곡이 등장하는 순간인 엘사가 자신의 왕국을 건립하고 자유를 외치는 부분은 영화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모험을 좋아하는 성향과 자신의 강력한 힘을 감추고 살 것을 강요받았던 엘사는 가부장제에 숨죽인 과거 여성상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엘사는 자신의 힘이 타인에게 상처가 될 것이 두려워 능력을 억누르고 남들 앞에 서지 못한 체 골방에 틀어박힌 삶을 선택한다.

하지만 타인이 두려워할 능력이 들키자 엘사는 비록 혼자만의 성에 스스로를 가두지만, 당당히 살아갈 것을 선언한다. 주제곡 ‘Let it go'를 부르는 엘사가 섹시하고 카리스마가 넘쳐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녀는 “좋은 여자아이가 되라고” 강요받았던 과거와 단절하고 “맞는 것도, 틀린 것도 규칙도 내겐 없어. 난 자유로워”라고 노래한다.

동생 안나는 밝고 명랑한 캔디형 캐릭터라는 디즈니 캐릭터의 전형처럼 보인다. 처음 만난 왕자와 첫눈에 반해 하루 만에 결혼을 결정하는 것도 전형적인 동화적 설정이다. 하지만 언니를 비롯한 주변인들은 그런 선택이 ‘미친짓’이란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스토리의 흐름 또한 즉흥적 선택이 얼마나 위험하며, 사랑은 일시적인 열정보다 희생이라는 현실적 교훈을 준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소녀적 감상과 환상 대신 건전하고 성숙한 조언을 선택했다는 것은 디즈니의 새로운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결정적 반전은 ‘마법을 풀려면 사랑의 행위가 필요하다’는 동화적 문구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대목이다. 여성이 마법을 풀고 죽음이나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왕자님과의 키스라는 행위는 디즈니 작품에서도 반복됐던 전형이다. 불행한 여성이 남성을 만나 구원받고 드디어 새로 태어나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는, 스스로가 공고히 해왔던 가부장적 메시지를 이번에는 스스로 과감히 깨부순다.

‘겨울왕국’에서 ‘사랑의 행위’는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신을 희생하고 상대를 보호하는 행위다.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해 이처럼 건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면에서 그 어떤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 진보적이다. 무엇보다 남성에게 사랑을 받음으로써 갈등이 해결되고 고난이 극복된다는 구시대적 가치관을 벗어던졌다는 점에서 디즈니의 작품 중 가장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엘사는 자신의 힘으로 국민에게 공포가 아닌 즐거움을 주는 방식으로 왕국을 통치하며, 안나는 남자가 아닌 언니에 대한 사랑으로 행복을 찾는다. 그리고 왕자님이 아닌 수더분한 얼음장수와 사랑을 깨닫는다. 기존 디즈니의 전형은 계속 부정되는 것이다. 재벌 2세와 연인이 되고, 시부모에게 당해도 조용히 자신이 욕망을 숨기는 여성상이 미덕인양 묘사되는 지상파 주말연속극들과는 사뭇 다르게 교육적이고 건강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이들과 동행해 유쾌하게 볼만한,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