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집으로’, 2005년 ‘말아톤’의 흥행성공에 이어, 모성 키워드의 영화들의 러시는 충무로의 오랜 전통이다. 지난 2006년 하반기에는 가족영화의 범주를 벗어나 ‘해바라기’, ‘열혈남아’ 등 선 굵은 남자영화에서조차 김해숙, 나문희 등 관록 있는 중견 연기자들이 모성연기를 통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올해 초 개봉한 ‘허브’ 역시 모녀간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감동스토리로 13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성적을 얻었다. 하지만 올해 한국영화 속 아버지들이 모성파워를 잠재우고 눈물겨운 부성애를 과시하며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007년 한해 '부성애'를 다루는 영화들은 외화를 포함해 10여 편 정도로 그 제작편수부터 압도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영화들은 유괴범에게 빼앗긴 어린 아들을 되찾으려는 아버지(‘그놈 목소리’), 평범한 아빠가 되고 싶은 조폭 아버지(‘우아한 세계’),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터는 어리버리 초짜 은행강도 아빠(‘성난펭귄’ )등 유괴에서 조폭, 입양, 무기수까지 다양한 사회문제와 결합된 소재의 다양화는 물론 우리시대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또한 반영하고 있어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로 눈여겨볼 만하다.
그들은 더 이상 한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이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능적인 역할만이 아니라, 때론 친구처럼 다정하고 모성 못지않은 자식사랑을 선보이는 관계지향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부성애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 중에서도, 공교롭게도 '무기수 아버지'라는 공통된 설정을 가진 3편의 영화가 동시에 제작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아들’, ‘마이파더’, ‘귀휴’. 세 작품은 모두 오랜 시간 감옥에서 수감중인 아버지들의 이야기로, 드라마틱한 관계 설정이 주는 애틋한 정서가 관객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차승원, 김영철, 신현준 등 무기수 아버지 역할을 맡은 각기 다른 매력의 세 배우가 표현해낼 ‘부성’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야구선수가 꿈인 아이큐 60의 11살 아들 동구와, 동구의 유일한 친구 아버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날아라 허동구’가 5월 개봉 예정. 외화도 부성애 열풍에 편입했다. 현재 상영중인 마야 시대의 전사 '표범 발'이 아들을 잃은 후 벌이는 복수의 추격전을 다룬 서사액션 ‘아포칼립토’와 월 스트리트의 신화'로 불리는 크리스 가드너의 감동실화를 영화화. 아내도 떠나고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 지하철 화장실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결코 성공을 향한 희망을 잃지 않고 아들과 함께하는 이야기 ‘행복을 찾아서’도 입소문을 타고 안정적 흥행 궤도에 올라서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