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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를 보러 가다

정춘옥 기자  2014.06.25 03: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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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상물과 관련된 기록 창고인 한국영상자료원이 40주년을 맞았다. 40주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의미로 한국 영화를 회고하고 극장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내는 자리를 마련해 영화팬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8월10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의 40년 발자취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40주년 기념 전시 ‘한국영화와 함께 한 한국영상자료원 40년’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영화와 함께한 자료원 4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영상자료원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관객들에게 알리고 국내 유일의 영상아카이브로서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초기 무성영화부터 일제 강점기 영화, 해외 아카이브에서 수집한 다큐멘터리 필름 등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대표 작품들의 발굴 수집 내역을 소개하고 상영, 발간 등을 통해 재조명 받을 수 있게 된 과정과 결과물이 전시된다.

특히 아카이빙 주요 공정 중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상복원에 대한 전시코너에서는 ‘하녀’, ‘검은머리’, ‘검사와 여선생’ 등 훼손된 우리영화 되살리기를 위한 영상자료원의 노력과 열정이 담긴 디지털복원 과정이 소개된다.

그리고 전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필름수장고 전시는 그 동안 최적화된 보존환경 유지를 위해 지금까지 일반인에게 쉽게 공개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관람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불어 ‘아키비스트의 방’에서는 실제 아카이브에서 영상자료 보존 처리 시 사용하는 기자재 및 관련 내용을 보고 관람객들이 체험해 볼 수 있다.

40주년 기념전시를 통해 그 동안 영상자료원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를 몰랐던 관람객들에게는 아카이브의 기능 및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한국영상자료원의 대표적인 기능과 축적된 고유 역량 및 그 결과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뜻 깊고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다.

  사운드가 유실된 최초 한홍합작물 ‘이국정원’ 씨네뮤지컬로 재탄생

  이외에도 40주년을 맞은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7월3일까지 영상자료원 지하1층 시네마테크KOFA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고전, 예술 영화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40주년 기념 영화제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가 열린다. 이번 영화제는 ‘무성영화’, ‘3D’, ‘발굴과 복원’, ‘극장전’ 등 총 7개 섹션에서 평소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국내외 고전, 예술영화 그리고 기관 창립 40주년을 기념한 단편영화 등 총 53편이 상영된다.

지난 2013년 영상자료원이 홍콩에서 발굴했지만 아쉽게도 사운드가 유실되어 무성으로만 남아 있던 최초의 한홍합작영화 ‘이국정원’(전창근 등, 1957)이 영화와 배우들의 라이브 시연, 음악과 노래가 있는 공연으로 재탄생해 개막작으로 최초 공개돼, 지난 2008년 영상자료원이 첫 선을 보인 ‘청춘의 십자로’ 변사공연 이후 또 하나의 씨네뮤지컬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 ‘이국정원’ 변사상영은 1950년대 당시 한국영화들의 녹음이 후시녹음 방식이었음에 착안,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직접 영상을 보며 녹음을 하고 음향효과를 시연하는 후시녹음 방식을 재현했다. 이번 공연은 ‘삼거리극장’의 전계수 감독이 총연출을 맡고 김동기 음악감독이 주제곡 ‘내 마음의 태양’을 비롯한 주제 음악을 새롭게 작곡해 영화가 ‘사운드’를 입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신기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이번 ‘이국정원’ 공연은 제작 초기부터 무주산골영화제의 협업(공동제공)으로 진행됐다.

 디지털 시대에 만나는 무성영화

이번 영화제의 ‘무성영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두 섹션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먼저 ‘무성영화’ 섹션에서는 영국영화연구소(BFI)가 복원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감독 데뷔작 ‘쾌락의 정원’(1925)과 감독 본인이 “최초의 진정한 히치콕 영화”라고 칭한 ‘하숙인’(1927)을 비롯해 히치콕 감독의 초기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작들을 상영한다. 아울러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섹션에서는 오즈 야스지로의 후기 무성영화 ‘태어나기는 했지만’(1932)과 그의 첫 유성영화 ‘외아들‘(1936) 및 나루세의 ’아내여 장미처럼‘(1935), 일본 초기 음악영화에 영향을 끼친 ’파리의 지붕 밑‘(1930)이 상영된다.

‘아바타’와 ‘그래비티’의 성공으로 관객들은 3D 영화의 세계를 새롭게 맞이했다. 그러나 입체·3D영화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3D 섹션은 최초의 러시아 장편 ‘3D 로빈슨 크루소’(1947) 및 리타 헤이워드 주연의 멜로드라마 ‘미스 새디 탐슨’, 호러 장르의 ‘밀랍의 집’(1953)에서 콘서트 3D 까지 총 8편의 3D영화가 상영된다. 아울러, 뮌헨영화박물관 슈테판 드뢰슬러 관장을 초청, 뤼미에르의 ‘기차의 도착’ 3D에서 1950년대 할리우드 3D, 1970년대 아시아 지역의 3D, 2000년대 빔 벤더스의 ‘피나’까지 다수의 3D 영상 클립과 설명으로 이루어진 ‘3D 영화의 역사’ 강의도 준비했다.

  극장의 추억, 그리고 시네마테크의 유령들

  이번 영화제에서는 ‘극장’과 ‘시네마테크’라는 키워드로 두 가지 상영 섹션이 포함된다. ‘劇場傳(극장전), 어둠 속에 빛이 비출 때’와 ‘시네마테크와 그의 유령들’이 그것. 우선,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꿈의 공간,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은 극장전에서는 ‘시네마천국’을 비롯, 존 맥티어난의 ‘마지막 액션 히어로’,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마지막 영화관’ 등 극장에 관한 추억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영화 17편을 상영한다.

아울러 ‘시네마테크와 그의 유령들’ 섹션에서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잊혀진 한국영화사를 발굴, 수집, 복원, 상영해왔던 그동안의 시간과 열정을 ‘영화’로 담는 특별한 시도를 했다. ‘발굴, 복원, 수집 보존, 상영’을 키워드로 김종관 감독이 자료원에 관한 네 편의 단편을 연출했다. 영상에세이, 모노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형식의 ‘영화’로 재구성될 ‘한국영화’ 그리고 ‘영상자료원’에 관한 네 편의 이야기는 이번 기념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