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여성이 브라운관을 활개친다. 고현정이 독하디 독한 강력계 형사로 출연하는 MBC 월하드라마 ‘히트’는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여형사 캐릭터를 시도했다. KBS2 드라마 ‘헬로, 애기씨’ 또한 세상물정 모르고 몸에 밴 당당함을 과시하는 ‘종갓집 애기씨’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가인은 드라마 ‘마녀유희’에서 차갑고 도도한 독설가이자 일중독자 여성 캐릭터로 변신을 시도하며, ‘고맙습니다’에 출연하는 공효진은 독하고 씩씩한 미혼모로 출연해 강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는 1980년대부터 대유행했다.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고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변화하는 여성상이 투영된 결과다. 이전의 강한 여성 캐릭터가 헐리우드식 섹시 여전사이거나 피도 눈물도 없는 악녀였다면 최근 여걸 캐릭터는 강한 이면의 여성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특색이다. 여전사들의 모성이 강조되는 것과 같은 맥락. 애인의 죽음이라는 아픔이 지독한 여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었다고 묘사하는 드라마 ‘히트’ 는 섬세한 여성의 감성을 여걸 이미지에 투입한 예다.
드센 여자가 성공하는 시대다. 하지만 일터로 나간 여성들, 어머니로서 생존에 투신한 강한 여성들의 삶이 집안에 갇힌 여성들보다 더 많이 행복해진 것은 아닌 듯싶다.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고난을 겪고 아픔을 간직한 것은 거친 바다를 외롭게 항해하는 현대 여성의 고단한 삶을 대변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