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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사람 '빈말' 적응 어려워

정춘옥 기자  2007.03.21 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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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들을 가장 당황하게 하는 남한의 언어 표현은 무엇일까? 바로 ‘전화할게’ ‘조만간 술 한잔 하자’ ‘자주 만나자’ 같은 빈말이다. 숙명여대 문금현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새터민 대부분은 남한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술 한 잔 해요, 전화 할게요’라고 하는 경우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연락을 기다렸지만 그 뒤로 연락이 없거나 연락이 끊겨 실망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었다.
특정 상황의 요청에 대한 거절 표현에 있어서도 남한 사람들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했다. 새터민들은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게 배려하면서 거절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경향이 높았다. 빈말하고 돌려서 말하는 문화가 남한에 보다 팽배한 것을 알 수 있다.
사과 표현의 경우 북한에서는 ‘미안하다’라는 말이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남한에서는 잘못을 한 경우 상대가 반드시 사과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정착 초기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감사 표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새터민들은 남한사람들이 감사 표현을 너무 자주 한다고 느끼며, 동료끼리 칭찬하는 경험이 많지 않아 칭찬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남한 사회에 적응해 가며 남한사람들처럼 감사 표현도 즉각적으로 하고 칭찬 표현에도 점점 익숙해지게 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