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와 국립민속박물관 8월15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허벅과 제주질그릇’ 기획전을 공동으로 개최한다.
‘허벅과 제주질그릇’ 기획전은 ‘2007 제주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지역 민속자원 발굴을 통한 지역민속의 보존과 연구 활성화를 위해 진행 중인 학술조사·전시·교육 사업의 일환이며, 9월 18일에서 10월 31일까지는 자리를 옮겨 제주특별자치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가 개최될 예정이다.
허벅은 물을 긷고 다녔던 물 운반용구이다. 배는 부르고 목은 좁으며 ‘물구덕’이라는 대오리(대나무)로 만든 구덕에 넣고 등에 지고 다녔다. 지금은 제주도가 물로 유명하지만 옛날에는 최대강우량 지역이면서도 물이 부족하고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도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화산회토 지형이어서 비가 오면 물이 땅으로 빠져 해안가에서 물이 솟아나기 때문에 물을 길러 해안가 용천수나 봉천수가 있는 곳까지 가야만 했다. 물을 가득 담은 채 넘치지 않고 운반하기 위해서 허벅의 모양은 배는 부르고 목은 좁게 만들어졌다. 허벅은 상수도시설이 없던 시절에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그릇’이었다. 제주 사람들에게 물을 운반하는 허벅은 생명수를 담고 다녔던 것으로 그 만큼 의미가 컸다.
이렇게 특수한 생활용기가 만들어지고, 물을 가까이에서 구할 수 없어서 멀리 길러 다니며 물 운반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등짐운반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지질, 풍토, 기후 등 발생배경에 대한 제주도의 자연·인문환경이 문헌과 지도를 통해 볼 수 있다.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의 ‘남환박물’, 김정(金淨, 1486-1521)의 ‘제주풍토록’, 이원조(李源祚, 1792-1871)의 ‘탐라지초본’ 등에는 물을 운반하던 시대적 변천 모습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또한 ‘탐라지도병서’, ‘제주도도’, ‘제주십경도’ 등의 지도는 마을 구성의 중요한 요소로 차지했던 물, 그래서 물이 있는 해안가 용천대를 따라 환처럼 촌락이 형성되어 있고 한라산에서 이어지는 내천과 땔감을 풍부하게 구할 수 있는 곶자왈(숲), 조형성을 이루는 무의식적 미감인 수많은 오름 등에 대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