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명작의 재개봉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메멘토’ ‘피아노’ ‘퐁네프의 연인들’ ‘테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제작된지 15년~30년이 지난 거장의 고전들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관객을 다시 만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기념비작
‘인셉션’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비롯해 최근 개봉을 앞둔 ‘인터스텔라’까지 매 작품마다 전 세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가 11월20일 재개봉했다. ‘메멘토’는 크리스토퍼 놀란을 천재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한 기념비작으로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10분밖에 기억 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 환자 레너드가 그녀를 죽인 범인 존 G를 찾기 위해 메모와 사진, 문신을 이용해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지적 스릴러다.
약 900만 달러, 25일 기간 동안 완성된 ‘메멘토’는 미국 개봉 당시 단 11개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전 세계는 점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내놓은 이 괴물같은 영화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주인공의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을 역순으로 나열해 전개시킨 연출 방식은 신선함을 넘어 파격 그 자체였고, 전 세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감독의 예리하고, 영리함이 돋보이는 설정,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리는 결말까지 단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메멘토’는 도빌 영화제, 시체스 국제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 44개의 시상식에서 49개 부문의 상을 휩쓸고, 46회나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뤘다. 여기에 IMDB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6위는 물론, 언론 매체 및 평단의 극찬이 쏟아내며, 전 세계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등장을 반겼다.
33년만에 한국 관객 찾아
같은 날 개봉한 영화 ‘테스’는 영국 작가 토마스 하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작품으로, 로만 폴란스키가 연출을 맡았다. 쇠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농촌 처녀 테스가 인습과 사회적인 편견에 의해 희생당하며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진다는 내용의 소설 ‘테스’는 1891년 출간된 이후 여전히 필독서로 꼽히는 고전이다. 영화는 테스 역으로 18살의 신인 나스타샤 킨스키를 캐스팅해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을 지닌 여인 테스의 사랑과 일생을 스크린에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당시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등을 수상했다. 2012년 칸 영화제 클래식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4케이 마스터링으로 복원돼 33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들을 찾았다.
여성 감독으로서 유일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제인 캠피온의 명작 ‘피아노’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오는 12월4일 개봉을 확정했다. 이 작품은 19세기 미개척지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6살 때부터 말을 잃고 피아노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온 주인공 에이다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남편의 친구 베인스, 세 사람이 벌이는 사랑과 질투를 그렸다. ‘피아노’는 한 여성의 심리를 이제껏 본 적 없는 대담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묘사해 칸과 아카데미 영화제를 동시에 석권했으며, 이 시대의 작품 중 고전으로 남을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삭제됐던 5분 추가
‘피아노’와 같은 날 개봉하는 레오 카락스 감독의 ‘퐁네프의 연인들’도 주목할만한 클래식 명작이다. 폐쇄된 퐁네프 다리 위에서 처음 만난 연인의 열정적이고 치열한 사랑을 담아낸 ‘퐁네프의 연인들’은 1992년 국내 개봉 당시 뜨거운 흥행을 기록, 프랑스 영화의 붐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사랑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며 그림을 그리는 여자와 폐쇄된 퐁네프 위에서 처음 만난 그녀가 삶의 전부인 남자의 열정적이고 치열한 사랑을 담아낸 이 영화는 1992년 국내 개봉 당시 뜨거운 흥행을 기록하며 프랑스 영화의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1992년 개봉 당시 삭제됐던 5분이 추가된 HD 리마스터링 오리지널 버전으로 전 세계 최초 이번에 공개된다. 개봉 이후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파리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것은 물론, 영화 속의 주 무대인 ‘퐁네프’를 세계 연인들의 다리로 재탄생 시키기도 했다. 불과 30대에 천재적인 연출력을 선보이며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은 물론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페르소나 드니 라방의 폭발적 명연기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다리 위 불꽃축제 장면을 비롯해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탄생시키며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작품을 다시 만날 기회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손꼽히는 명작이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탄생 10주년 12월4일 디지털 리마스터링 개봉을 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마법과 로맨스가 만난 최고의 감성 판타지로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가 절망 속에서 길을 걷다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청소부가 ㄷ햐 ‘움직이는 성’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 등 뛰어난 완성도와 작품성으로 애니메이션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지브리 영화 중 성인 관객이 뽑은 영화’ 1위,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애니메이션’ 1위 등 일반 관객들에게도 높은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