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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색다른 남성 영화의 향연

정춘옥 기자  2007.10.30 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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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여성관객이 좋아하는 멜로영화가 대세라는 고정관념이 이제는 깨어질 듯 하다. 올 가을엔 유난히 한국영화, 외화 할 것 없이 스릴러 영화가 대세처럼 많이 개봉되고 있는데다 남성 취향의 색다른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남자 영화팬들을 극장으로 모을 전망이다. 실제 있었던 끔찍하고 잔인한 살인사건을 기초로 한 두 상반된 형사의 대결을 다룬 범죄수사극 <블랙달리아>, 가장 오래된 영웅의 활약을 다룬 영웅대서사시 <베어울프>, 사지가 절단되는 잔혹함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예상치 못한 코믹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변종 호러 ‘스플래터 무비’<세브란스>까지, 11월의 극장가는 깊어가는 가을 남성들의 머리와 가슴, 감성을 뒤흔들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한다.
제일 먼저 1일 개봉하는 <블랙달리아>는 1947년 L.A에서 벌어진 젊은 여배우의 충격적인 실제 살인사건을 영화화했는데 발견된 시체는 입이 양 귀쪽으로 찢어지고 허리 아래가 예리하게 잘린 채, 내장이 모두 적출되어 피 한 방울 남아있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어 전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했던 살인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실제로 500여명의 수사관 투입, 3,000여명의 용의자 체포, 25,000건의 사건 제보, 100여건의 모방유사범죄를 낳은 블랙달리아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이 사건을 담당하는 ‘얼음’과 ‘불’처럼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남자 형사의 수사과정을 박진감 있게 펼쳐나가는 근래 보기 드물었던 범죄수사극이다. 미스터리 범죄 드라마를 선호하는 남성팬들이라면 오랜만의 범죄수사극 <블랙달리아>가 반가울 듯.
뒤이어 11월 8일에는 지난 제 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들뿐 아니라 심사위원들에게서 강추와 비추의 논란이 일었고 그로 인해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여 화제가 된 사지절단 잔혹코미디 <세브란스>(수입 판씨네마㈜’/배급 미로비젼)가 개봉한다. 초호화 포상휴가를 떠난 국제적 무기회사 직원들이 깊은 숲에 고립된 후, 그들이 나눈 엉뚱한 대화가 참혹한 현실이 되어 온다는 스토리를 그린 변종호러장르인 ‘스플래터 무비’. 팔다리, 머리가 잘려나가고 선혈이 사방에 튀는 잔혹한 공포에 장르를 비트는 기발한 유머를 얹은 독특한 구성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재미를 준다. 피터 잭슨의 초기작인 <데드 얼라이브>나 샘 레이미의 초기작<이블 데드>등이 이런 ‘스플래터 무비’의 과거 걸작이라면 <세브란스>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잔인한 영상과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상황의 절묘한 믹스로 그 전통을 더욱 빛나게 하는 21세기형 영화. 공포 영화 매니아라면 근래 보기 드물었던 잔혹코믹극 <세브란스>의 개봉이 정말로 반가울 듯 하다.
여름, 겨울 액션대작 시즌이 아니고 특이하게도 가을이 깊은 11월 15일에 개봉하는 <베어울프>는 <반지의 제왕>의 탄생에 영향을 준 ‘베어울프’ 전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신과 인간, 괴물과 영웅이 공존하는 세계의 절대악과 맞서 인간세계를 구한 태초의 영웅 베오울프의 활약상을 담은 영웅 대서사시. ‘베어울프’ 전설은 영문으로 기록된 최초의 작품이자 현존하는 영문학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이렇듯 영미역사상 가장 오래된 영웅의 이야기를 21세기 가장 최신의 영화 기술을 사용해서 보여준다는 것은 <반지의 제왕>과 같은 어둡고 복잡한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를 선호하는데다 영웅담을 즐기는 남성관객들에겐 가슴 설레는 일. 뛰어난 영상미와 로버트 저메키스의 연출력과 더불어 할리우드 영화기술의 진화를 눈으로 확인시켜줄, 하반기 블록버스터의 포문을 열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잔혹함과 코믹함이 적절하게 배합된 사지절단 잔혹코미디 <세브란스>와 잔인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블랙달리아>, 새로운 볼거리로 기대되는 <베오울프> 등 색다른 영화들이 개봉을 준비하고 있어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