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임선이는 20일(화)~ 30일(금) 더 갤러리(THE gallery)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연다. 작가 임선이 작품에선 작가만의 특이한 색깔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지만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바로 그녀를 닮은듯하다. 자연을 택한 소재, 무색, 질리지 않는 반복성, 하지만 섬세함, 바로 그 모든 조건이 그녀의 작품에 묻어 있다. 현재까지 그녀의 이전 주요 연작들에선 섬(Island)의 지형적 조건이 가지는 고립성과 특수성을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고달픈 삶의 무거운 억눌림, 정체성의 부제, 그로부터 생겨난 내면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해오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선 현재까지 그녀가 탐구해오던 문제들을 좀 더 함축적이고, 문제 접근방식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붉은 눈으로 본 산수>의 작품이 들어온다. 이 작품은 붉은색으로 인쇄된 수천 장의 인왕산 지형도의 등고선을 오려내고 집적해낸다. 한 벽면엔 필름으로 인쇄된 등고선을 떠내고 그것을 여러 레이어로 축적한 새로운 지형도 작업과, <붉은 눈으로 본 산수>의 일부분을 확대한 사진작업이 걸려져있다. 작업의 중심에 있는 자연 풍경이라는 소재는 작가의 주관적 추상개념을 보다 구체적 형상을 통해 우리와의 소통을 원하다. 관념, 특히 사고의 구조적 차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경계 지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환기시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각인된 객관적인 환경과 자연 관찰, 또는 새로운 발견 등 개인의 경험을 통한 환경을 바라보는 두 가지 다른 관점의 연결성, 즉 ‘소통’을 은유(metaphor)적으로 담아낸다.
작가는 그 같은 풍경, 그리고 그런 풍경과 함께 하는 우리들 삶에 대한 정찰과 인식의 변화를 또한 서정적으로 작업 안에 깊이 담아낸다. 작가는 우리에게 인식된 풍경이 아닌 관람자로 하여금 스스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 눈에 보여지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 을 상상하도록 노출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 풍경의 존재성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상상의 풍경이 오버랩 되는, 보여짐에 따라 바라봄의 다변적 접근해석 방법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제시하고 스스로 바라보고 소통을 하게 만드는 실험적 태도다. 작가 임선이 작품이 단순하고 절제된 서술이나 상징적 의미 제시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식의 차이로 작품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는 ‘산’ 풍경 의 다변성을 통해 이루어내는 이유다. 이러한 작가가 바라보는 풍경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보고 듣고 느낀 그 풍경을 상상하며 스스로의 이야기와 함께 호흡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