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의 예술
2006년, 개관 20주년을 맞은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은 개관 기념 특별 프로젝트로 현대의 다양한 예술가들을 참여시켜 각기 다른 형태의 예술에 파리와 오르세미술관의 모습을 담기로 하고 그 첫 번째 프로젝트인 영화를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 감독에게 의뢰했다. ‘파리와 오르세미술관의 현재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단 한 가지 조건만을 가지고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일상의 풍경을 카메라에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을 만나 파리의 소소한 삶 속에 묻어나는 예술의 일상적 측면을 맑고 투명한 동화책처럼 영화로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아시아 거장의 눈에 비친 파리의 일상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제작 초기단계부터 세상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고, 2007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면서 관심과 찬사가 한데 섞인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카페 뤼미에르’의 파리판
‘빨간 풍선’은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제작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전작 ‘카페 뤼미에르’를 파리에 옮겨놓은 듯한 영화다. 조용하기만 한 도쿄의 일상과 달리 파리에는 언제나 바쁘고 삶에 지친 다혈질의 엄마 수잔과 아이답지 않게 의젓한 꼬마 시몽, 그리고 ‘카페 뤼미에르’에서의 요코와 하지메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중국 유학생 송팡이 있다. 이웃집 남자와 그리고 이혼한 남편과 싸우며 여기저기서 시달리는 일상의 무게가 힘겨운 수잔에게도 아직 어리고 항상 혼자여서 외롭지만 결코 힘든 내색하지 않고 엄마 곁을 지키는 시몽이 있다.

평범하고 흔한 삶의 단편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끄집어내 왔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카페 뤼미에르’에 이어 ‘빨간풍선’에서도 일상 속에서 지나쳐버리기 쉬운 작은 것들과 사라져 잊혀져 가려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아름다운 영상 속에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려 보이고 있다.
여전히 빛나는 줄리엣 비노쉬
줄리엣 비노쉬는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전형적인 프랑스 여성의 외모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줄리엣 비노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최고 여배우로서의 자리를 오랜 세월 지켜오고 있는 배우다. 이 영화에서 비노쉬는 평범한 삶 속에서 일상의 피곤함과 행복을 동시에 보여준다.
유별난 이웃집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서 삿대질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싸우다가도, 아들 시몽에게만은 다정한 엄마이고 싶어 애써 화를 식히며 다정한 웃음을 보이곤 하는 싱글맘. 삶의 피로함을 이혼한 남편에게 호소하며 섭섭함을 피력하지만 매일매일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외로운 이혼녀. 하지만 자기 일에 있어서는, 어려서부터 간직해온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매사에 열정을 다하는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한마디로 ‘평범한 요즘 여성의 천태만상’이 수잔이란 인물 속에 모두 담겨 있다. 이렇게 수잔이 돼 우리 곁에 나타난 ‘빨간풍선’의 줄리엣 비노쉬는 그동안의 그녀와는 다른 일상의 빛남을 보여주며 영화 속에서 단연 돋보인다.
6년째 연애중
감독 : 박현진 출 연 : 김하늘, 윤계상

마지막 선물
감독 : 김영준 출연 : 신현준, 허준호, 조수민, 권오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