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갤러리박영이 이주형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2년 첫 전시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갤러리박영은 이주형 작가와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전시를 개최한다. 갤러리박영은 2008년부터 2013년도 상반기까지 미술작가 지원프로그램인 ‘스튜디오박영’을 운영하며 작가들과 공존했던 메세나적 개념의 갤러리였다.
이주형 작가는 2009~2011년까지 갤러리박영 내 작업실에 상주하며 현작업의 완성도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시기를 파주에서 보냈던 스튜디오박영 2기 작가다. 2년간 파주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 성곡미술관에서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는 등 작가로서의 성장을 갤러리박영과 함께했다는 데 이상적인 작가와 갤러리 간의 관계성을 지니고 있다. 갤러리박영은 다양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개관 후 5년간 많은 작가와 호흡했다. 이에 스튜디오박영의 초창기 멤버였던 이주형 작가가 파주를 떠난 지 12년 만에 함께하는 개인전이란 의의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이주형 작가는 신장의 성장이 멈춘 본인의 몸에서 계속 자라나는 털에 통제되지 않는 심리 상태 속 불안을 표현한다. 작가는 불안심리에 대한 추상적인 내면을 뒤통수, 배아, 얼굴, 말 풍선 시리즈를 통해 심도 있게 다루곤 했는데,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그 관점을 외부로 넓혀 현실에 부유하는 불안감을 그려낸 작품을 소개한다. 독일에서 연구원을 하던 시절 작가는 불안, 내면을 다룬 작품들을 접하며 본인의 작업과 근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주형 작가는 이후 한국에서 생활하며 살았거나 자주 관찰했던 ‘~곡(谷)’의 지명을 가진 장소들을 보며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창의적인 것이 아닌, 지역의 풍경에 감정을 투영해 사실적으로 재현한 작품을 제작했다.
전시 제목 ‘깊은 구지’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심곡동의 순우리말이자 깊은 계곡을 의미한다. 계곡은 ‘곡(谷)’에 따라 그늘이 지기도 하고 뜨거운 빛이 내리쬐기도 하며,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두 가지가 공존하는 미묘한 내면을 포착해 똬리를 튼 털이 존재하는 깊은 구지의 풍경으로 만들어낸다. 다중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을 통해 혼란스러운 현시대 속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