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치밀하고 꼼꼼한 안내서다. 저자는 현대의 첨단 과학기술과 고고학적 연구를 통해 베일에 싸인 네안데르탈인의 삶과 사랑, 예술, 죽음에 관해 디테일하게 재구성했다. 지난 한 세기부터 지금까지의 발굴 역사와 수천 개의 학술 연구를 하나의 내러티브로 통합 완성했다.
30여 만 년 동안 살아남은
160여 년 전 처음 발견된 이후로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의 족보에서 탈락한 종족’에서부터 ‘최고의 호미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별명으로 불려 왔다. <네안데르탈>은 ‘얼어붙은 황무지에서 누더기를 걸친 채 벌벌 떤 몰골’로 따라붙는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끈질긴 프레임을 일축하며, 유라시아 대륙을 종횡무진하고 엄청난 기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30여 만 년 동안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현생인류의 친척 네안데르탈인을 소상하게 소개해 보인다.
현재 지구에 남은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로 단일종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종도 변종도 없이 홀로 남았다. 호모 사피엔스보다 골격이 크고 더 큰 뇌를 가졌던 네안데르탈인은 4만 년 전에 절멸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은 명쾌한 해답 없이 인류사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21세기 고고학은 확보된 수만 개 내지 수십만 개의 유물을 연대측정법, 3D 스캐닝, 동위원소 분석법 등을 통해 4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삶을 다시 그려 낸다. 대형동물과 소형동물을 사냥하고 해산물과 식물을 채집해 섭취한 그들은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뛰어난 적응력을 보인 인간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이 사냥감을 추적하고 도축 및 처리한 방식을 통해 우리는 그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체계적으로 협동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좋은 안목으로 고품질의 돌을 골라 사용자의 몸에 맞게 잘 만든 도구를 오래 휴대하며 사용하면서 간혹 재활용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실험가이자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생존과 재탄생’의 방법
현재, 사하라사막 이남의 혈통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1.8~2.6퍼센트의 네안데르탈인 DNA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먼 과거에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이종교배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한때 광활한 대륙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서로를 마주쳤다. 그들이 눈앞에 선 낯선 인류를 비록 새로운 종일지언정 ‘사냥할 짐승’이라 생각하지 않았음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혼혈아들은 자신이 태어난 문화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고, 다시 그들의 자손을 거느렸다. 그리고 자손들은 또다시 자라나고 자손의 자손을 낳아 길렀다. 네안데르탈인은 ‘무력하게 멸종을 기다린 종족’이 결코 아니었으며, 그들과 호모 사피엔스의 만남은 종의 멸절이 아닌 ‘생존과 재탄생’의 방법이었다.
협동과 이타심, 상상력, 장인정신과 미적 감각은 호모 사피엔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명백하게 틀렸다. 네안데르탈인 역시 그들이 살던 세계를 이해하고 탐구한 ‘최신형 인간’이었다. 수십만 년 후에 발굴된 돌과 뼈에서 그들의 창의적인 기술과 인지능력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네안데르탈인은 호기심이 풍부했고, 광대한 스텝-툰드라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살아남았으며, 무엇보다도 엄청난 기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30여만 년 동안 생존했다.
이 책은 지구의 유일한 주인이 호모 사피엔스가 아님을 주지시킨다. 138억 년이라는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다면 12월 31일이 끝나기 몇 분 전에야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가 슬그머니 등장할 뿐이다.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책은 시간의 심연 속에서 그들이 제기하는 장엄한 질문을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