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대체하기 위한 중국의 대전략과 그들이 100년간 이어온 ‘긴 게임’을 이야기한다. 아시아 안보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국장인 러쉬 도시는 이 책에서 중국공산당과 중앙 정부의 권위 있는 문서들과 고위 관리들의 연설, 회고록, 유출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중국의 대전략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
대전략(Grand Strategy)은 한 국가가 안보 목적을 자체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에 관한 이론으로, 군사적·경제적·정치적 수단을 통해 조율되고 실행된다. 이 책은 시진핑 정부의 장기 목표인 ‘중국몽(中國夢)’은 시진핑이라는 지도자의 특성을 드러내는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한 국가와 사회를 완전히 장악한 중국공산당의 목표이며,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은 당의 사명을 전략적으로 이행해 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국 대전략은 중국에 가장 위협적인 미국에 정밀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미국의 힘과 미중 관계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대전략도 그에 맞추어 더 공격적으로 전환됐다고 말한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 대적할 만한 국가나 연맹은 존재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나치 독일과 일본, 전성기 소련도 미국 GDP의 60퍼센트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은 빠른 속도로 부상해 2014년에 이미 조용하게 이 선에 도달했다. 이제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야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중국은 공산당 정권 출범 100주년인 2049년을 목표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을 이루고자 한다. 러쉬 도시는 오랜 시간 체계적으로 수집한 신빙성 있는 원문 자료들을 토대로 중국이 ‘언제, 어떻게, 왜’ 기존 전략에서 다음 전략으로 전환하였는지 살펴보고,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분석했다.
미국 패권은 저물고 있는가?
많은 분석가들은 헤게모니 질서가 강대국들의 전쟁을 통해 변화한다고 가정한다. 현재의 미국 질서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구축된 것이며, 핵 혁명을 고려할 때 과거에 비해 전쟁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현재 세계는 근본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본다. 중국의 대전략에 회의적인 일부 전문가들 또한 중국은 아직 진정한 대전략을 형성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목표 또한 불완전하고 잘 정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와 같은 대척점에 있는 논쟁들을 가져와 검증을 끝낸 명백한 자료들을 통해 증명해낸다.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의 행동들은 사실상 대전략의 관점에서 설명되며, 시진핑 주석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은 전임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을뿐더러 그들이 모두 중국 대전략의 궤도를 한 번도 이탈한 적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다음 스텝은 극명하다. 갈수록 심화되는 포퓰리즘 정치로 서구 사회는 심각한 모순에 직면했고,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불평등과 민족 갈등을 악화시키고 자유분방한 정보 환경에 의해 돌이킬 수 없게 붕괴됐다는 것이 중국 엘리트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견해다. 시진핑은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이라는 각각의 기술 혁신이 세계를 재편성했듯 4차 산업혁명을 중국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기회로 본다.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지탱하는 금융 우위를 약화시키려는 노력과 동시에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생명공학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 인민해방군 기지를 두며 군사력을 발휘하려 한다. 책은 우리에게 ‘불확실하고 긴장된 시대에 한국은 어떠한 전략을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되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