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놓고 금융당국과 손해보험사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력을 면밀히 점검해 보험료 조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손해보험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동량 저하에 따른 안정된 손해율을 근거로 보험료 조정을 유도하겠다는 당국과 폭우·태풍 등으로 하반기 손해율 급등이 예상되자 인상은 어렵다는 보험사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 4월 이미 자동차보험료를 한 차례 인하했기 때문에 “하반기 보험료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료 조정은 통상 자동차보험 갱신주기(1년)에 맞춰 연 1회만 해야 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손보업계 입장자에서는 자동차보험은 2020년까지 지난 10년간 약 9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흑자가 났다고 해서 이를 보험료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료율 조정은 시장의 영역이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 만큼 정책보험적 성격을 일부 띤다. 그만큼 보험사들이 보험료율을 조정할 때 금융당국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매년 차보험료 방향을 조정함으로써 중소형사 보험사와 그 가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11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1%로 전년 동기(79.4%) 대비 2.3%포인트 개선돼 2017년(77.8%)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5일 "양호한 영업실적 시현, 차사고 감소를 위한 강도 높은 범정부적 대책 추진 등 손해율 안정화 여건이 조성됐다"며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력을 면밀히 점검해 보험료 조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점유율의 약 85%를 차지하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의 손해율은 75.9~78.0%에 분포했다. 손해를 보지 않는 적정손해율인 78~80%보다 낮게 분포해 각각 영업이익이 2146억원, 1158억원, 1715억원, 90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소형사와 온라인사인 MG손보·흥국화재·하나손보·캐롯손보 등의 손해율은 각각 99.0%, 84.1%, 87.5%, 101.5%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4개사 모두 적자를 봤는데 영업손실은 각각 30억원, 54억원, 43억원, 302억원이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차보험료 인상 혹은 인하로 방향을 유도하면, '빅4'뿐만 아니라 중소형사·온라인사도 따라가도록 압박을 받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1.5%를 기록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3981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7780억원 증가했다. 이에 지난 4월 주요 보험사들은 평균 보험료를 1.2~1.4% 인하했다.
같은 기간 MG손보·흥국화재·하나손보·캐롯손보 등은 각각 107.7%, 94.7%, 91.2%, 131.7%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각각 72억원, 84억원, 110억원, 556억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국화재는 차보험료를 1.2% 인하했고, 보험료를 내리지 않은 보험사는 고객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
중소형사들의 경우 대형사와 비교해 가입자가 적고 사업비가 적어 한 번의 사고 발생 시 손해율이 급격히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중소형사 고객의 이탈을 촉진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중소형사로 분류되는 메리츠화재·한화손보·롯데손보· MG손보·흥국화재 등 5곳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2020년 상반기 기준 10.3%였던 점유율은 9.6%(2021년 상반기), 9.1%(올 상반기)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악사손보·하나손보·캐롯손보의 점유율은 0.04%에서 1.1%로 뛰었지만, 여전히 전체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2022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1%로 2017년(77.8%)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손해율은 쉽게 말해 보험사가 벌어들이는 보험료 대비 소비자에게 부담해야 하는 보험금 지급액 비율을 뜻한다. 손해율이 줄었다는 것은 보험사의 실적이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선 손해를 보지 않는 자동차보험 적정손해율을 78~80%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손해율 감소에 힘입어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 6264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4137억원) 대비 51.4%(2127억원) 증가했다.
손보 업계는 지난해 손해율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이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자 올 4월 주요 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료를 1.2~1.4% 인하했다. 당시 자동차 보험료 조정은 2020년 1월 3%대 인상 후 2년 만이었다.
이에 대해 손보사들은 이미 1차례 인하를 했던 손보사들은 이번 당국의 결정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인하 여력 여부를 떠나 올해 이미 한번 인하를 한 만큼 연간 손해율과 영업손익 추이를 보고 내년에 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했다.
또 보험사들은 중부지방의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하반기 손해율 급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 인하를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차량 침수 피해 외에도 추석 명절 기간 차량 이동량 증가에 따른 사고율 상승과 자동차 부품비 인상, 병원 진료비 증가 등의 원가 상승요인 등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는 시장 상황뿐 아니라 각 보험사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돼야 한다. 현재처럼 금융당국이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중소형사, 온라인사의 생존은 더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