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취임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추경, 대미 통상 등 긴급한 경제현안을 점검했다.
李, “박정희·김대중 정책 모두 필요”...통합·실용 강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를 통해 국민대통합과 민생·경제 회복과 실용 기조를 앞세운 국정 운영 방침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시간”이라고 밝혔다.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립을 넘어 실용을 추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며,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지금 즉시 가동하고,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생, 경제, 안보, 평화, 민주주의 등 내란으로 무너지고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용 노선도 언급했다. 그는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며,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도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속적 성장을 위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전환 등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소프트파워 5대 강국 도약 등의 비전도 제시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북한 GDP의 2배에 달하는 국방비와 세계 5위 군사력에, 한미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의 군사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민생경제부터...비상경제대응TF 가동
현재 경제환경은 김대중 전 대통령 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빅터 차 한국석좌는 지난 3일(현지 시간) “이 대통령은 1997년 한국의 유동성 위기 국면에 당선된 김대중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서 가장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2004년과 2017년 두 차례의 이전 탄핵 위기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기댄 침체 회복과 한국의 반도체 수출 붐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우호적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한국 수출 타격, 주력 품목인 자동차 대미 수출 등이 예시로 들었다.
이를 반영하듯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첫 행정 명령으로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대응 TF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토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와 관련한 부서의 실무진도 대거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추경을 위한 재정 여력과 추경이 가져올 즉각적인 경기 진작 효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고 적극적인 경기 민생 진작 대응과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며, “작고 세세한 발상이나 입법적 요구사항이 있다면 직급과 무관하게 언제든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장 추경부터 추진될 전망이다. 여당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관련해 “20조~21조 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1차 추경 당시 소비 부진과 내수 부진을 타개할 민생 회복 분야의 지원 규모가 너무 작았다”며, “내수와 소비 불황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가장 크게 붙잡고 있다. 이렇게 하면 한 (경제 성장률) 1% 정도의 상승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추경에는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내수 진작 방안이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비서실장 지명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재명 정부 1기 국무총리 후보자에 4선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지명하며, 친정체계 구축에 힘을 실었다. 경제상황이 어려운 만큼 여당과의 가교 역할을 하며 손발을 맞춰본 인사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난 김민석 후보자는 22대 총선에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선출돼 이재명 당시 당대표와 호흡을 맞췄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당내 가장 먼저 제기해 이재명 정부를 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 지명을 직접 발표하며 인선 배경에 대해 “김 의원은 풍부한 의정활동 경험과 민생 정책역량, 국제적 감각과 통합의 정치력을 갖춘 인사로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현 경제 상황과 관련해 “IMF 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28년 전 IMF 때는 지금처럼 엄청난 경제 충격이 있었지만 큰 경제적 추세는 상승이었다”며, “지금은 경제적 추세 자체가 하강과 침체의 상태이기 때문에 훨씬 어렵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더 중요하게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국제적 환경이 몇 배로 복잡하고 어렵다”며, “첫 IMF보다 더 어려운 제2의 IMF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란 국정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엔 3선 강훈식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비교적 계파색이 짙지 않은 중립 성향의 강 실장은 1973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건국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199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이 대통령 경선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지냈고, 본선 선대위에서는 종합상황실장으로 뛰었다.
이 대통령은 “강훈식 의원은 대선을 총괄한 전략가이자, 경제와 예산에 전문성을 가져 향후 국정 조력자로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실장엔 외교부 출신의 미국통 위성락 의원을, 국가정보원장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낙점됐다.
정통 외교관료 출신인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공약 설계자로 주미대사관 참사관, 외교부 북미국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의 풍부한 정책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용외교, 첨단국방,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국정 목표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장으로 지명된 이종석 후보자는 통일부 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외교안보통일 전문가다.
이 대통령은 “NSC를 책임지며 국정원의 정보 수집 능력 강화하고 정보전달 체계를 혁신했던 경험을 토대로 통상 파고 속 국익을 지킬 적임자”라며, “특히 북한 문제를 연구하고 정책을 집행했던 전문성을 토대로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전략을 펼칠 인사”라고 평가했다.
경호처장으로는 황인권 전 육군 대장을 임명했다. 육군3사관학교 생도대장 출신으로 이번 대선에서 국방 및 군사 분야 관련 자문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변인으로 발탁된 강유정 의원은 이 대통령의 경선 캠프에서부터 대변인으로 합류해, 선거 기간 내내 이재명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국정기획위원장 이한주 임명...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과제 제시 전망
이재명 대통령은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을 국정기획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사실상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는 이번 대선과 같이 대통령 궐위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같은 기구로 평가된다.
향후 두 달간 활동하며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00대 과제 등을 제시할 전망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오늘 국정기획위를 구성하고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을 국정기획위원장으로 임명했다”며, “국정기획위는 인사 검증을 제외한 정부 조직 개편과 국정 과제를 정리하는 인수위 개념의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40년 지기 멘토로 지난 총선 이후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에 발탁되며 이 대통령과 함께 대선 정책 밑그림을 그렸었다.
후속 내각 구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차관부터 임명한 후 각 부처 장관 인선을 마칠 계획이다.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정책 전문성과 정무 감각을 겸비한 관료·정치권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과 이호승 전 대통령 정책실장, 민주당 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기재부 2차관 출신 안도걸 의원,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김태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경제 수석에는 김용범·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과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홍성국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개혁을 주도할 민정수석에는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오광수 전 대구지검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정수석과 호흡을 맞춰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이끌 법무부 장관에는 비법조인 출신인 윤호중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외교부 장관에는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조현 전 외교부 차관 등이 후보에 올라 있고, 행안부 장관에는 이해식·서영교 민주당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들어 있다.
국토부 장관으로는 국토부 2차관을 지낸 맹성규 의원과 손명수 의원, 윤후덕 의원의 이름이 언급된다.
국방부 장관으로는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국방부 문민화’를 약속한 만큼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이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안규백 의원, 군 장성 출신 가운데에서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병주 의원 등이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