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국가 전산망 마비’…예견된 인재

2025.10.13 16:43:53

감사원 “2023년 행정전산망 마비, 관리 취약”
“공무원 클라우드 시스템, 백업 없어…복구 불가능”
李 대통령 “이중운영체계 제대로 갖춰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1년 10개월 전 초유의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 당시 정부는 정보시스템 장애를 사회재난으로 추가하고 관리 체계를 정비했지만, 이번에도 대규모 마비를 막지 못하게 되면서 정부의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산 시스템 총 647개 가동 중단

 

지난 9월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전산실에서 작업자 13명이 리튬 배터리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던 중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정부 행정 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 2일 행안부에 따르면 국정자원 화재로 가동이 중단된 총 647개 정보 시스템(서비스) 중 복구된 시스템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110개다. 복구율은 17.0%다.

 

국정자원은 각종 정부·공공기관의 정보통신 시스템이 모여있는 곳으로, 대전·대구·광주 등 3곳에서 약 1,600개의 중앙행정기관 업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의 피해 원인으로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로 번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정부24 등 주요 정부 서비스가 일제히 셧다운되는 등 피해가 커진 것은 발화 지속성이 강한 ‘열폭주’와 같은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정자원 무정전전원장치(UPS)에 쓰인 배터리는 고출력 리튬이온 모듈로 추정된다.

 

행정부에 따르면 이번에 불이 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14년 생산해 판매 업체인 LG CNS에 납품했다. 10년의 사용 기한이 이미 1년을 넘겨 LG CNS가 교체를 권고했으나,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배터리 안전 관리대책·이중화 부실

 

국정자원 관계자는 “발화된 배터리는 지난해와 올해 정기검사 결과에서 모두 정상 판정을 받았다”며, “다만, 지난해 6월 정상 판정을 받으면서 교체 권고를 받은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렇게 화재 원인을 놓고 리튬이온 배터리 노후화와 작업자 실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과거 비슷한 사태를 겪고도 정부 데이터 ‘이중화’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불씨’ 하나에 국가 전산망이 완전히 멈추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데이터 이중화 체계의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먹통’, 2023년 네트워크 장비 불량에 따른 ‘정부 전산망 마비’를 겪은 뒤 이중화 중요성이 계속 강조됐지만, 이번 사태로 사실상 2년간 방치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행정 전산망 장애 이후 업무 연속성을 고려해 국정자원 업무를 대전 본원, 광주센터, 대구센터 등 3곳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국민 파급력이 높은 1등급 시스템에는 노후장비 교체, 이중화 적용 등의 예산을 우선 적용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중화 체계가 온전하게 구축돼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7일 이용석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재난 복구(DR)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큰 규모가 아니라 필요 최소한의 규모로 돼 있거나 데이터 백업 형태로만 돼 있는 것도 있다”며, “시스템별로 조금 다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전산망 마비…정부, ‘이중운영체계’ 대책

 

이번 사태는 지난 2023년 11월 발생한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도 떠올리게 한다. 국정자원 내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의 포트 불량 문제로 정부 행정전산망이 일주일간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네트워크 영역에서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비인 ‘라우터’ 고장 등으로 불량이 발생한 것을 장애 원인으로 보고, 노후 장비 교체와 이원화 시스템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사태를 겪은 지 2년도 채 안 돼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면서 정부 대책과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감사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대국민 행정정보시스템 구축·운영실태’에 관한 감사보고서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지난 2023년 11월에 있었던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의 경우 당시 관제 실패와 노후장비 관리 취약으로 혼란이 커졌다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문제는 공무원 전용 내부 클라우드 저장 공간인 ‘G드라이브’ 백업이 안 돼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인사혁신처는 업무용 PC 저장 없이 해당 시스템에만 유일하게 정보를 보관해오고 있는데 이번 화재로 모든 업무 자료가 통째로 날아간 상황이다.

 

지난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전소된 7-1 전산실(5층) 내 96개 정보 시스템 중에는 G-드라이브(3등급)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이 겪은 불편에 사과하며 정부와 대통령실에 신속한 복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특히, 화재나 재난 상황으로 정부 전산망이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이를 대체해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할 정책 수단이 전혀 없다는 점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 국가전산망 백업 시스템 등 이중운영체계 구상을 맡겼다.

 

한편, 정부는 국민 안내 및 대체 서비스인 정부24, 행안부 등 주요 행정서비스가 중단되자, 네이버 공지 등을 통해 국민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홈택스 등 대체 온라인 서비스를 안내했으며, 업무 연속성 및 불이익 방지 각 행정기관은 수기 접수, 대체 절차 안내, 처리기한 연장, 소급 적용 등으로 국민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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