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사랑과 섹스의 파탄에 이른 부부 그레이스(제니퍼 로렌스)와 잭슨(로버트 패틴슨)의 광기 어린 폭주를 그린 <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의 화제작이다. ‘제78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파국으로 향하는 아슬아슬한 관계
미친 듯이 사랑했던 그레이스와 잭슨에게 아기가 생긴다. 불처럼 타오르던 두 사람의 사랑은 서서히 꺼져가고 섹스마저 말라붙는다. 외로움이 깊어진 그레이스는 작가로서의 글쓰기도 불가능해지고, 점점 자신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그 모든 붕괴를 곁에서 지켜보는 잭슨은 이 사랑을 다시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단편 영화 <스몰 데스>(1996), <가스맨>(1998)으로 단편부문 심사위원 대상, <모번 켈러의 여행>(2002)을 통해 젊은 영화상, <너는 여기에 없었다>(2017)로 각본상을 받으며 칸영화제에서 총 12회 노미네이트, 5회 수상을 이어온 린 램지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 또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이외에도 ‘제28회 영국 독립 영화상’에서 최우수 촬영상과 최우수 음악감독상, ‘제79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BAFTA) 영국 영화 작품상, ‘제83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 ‘제35회 고담 어워즈’ 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모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비틀고 여성의 삶을 정면으로 다뤄낸 감독의 전작 <케빈에 대하여>(2012)는 거칠지만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으로 불안과 갈망에서 시작된 광기의 세계를 탐구했다.
이번 작품 또한 미치도록 사랑했던 두 사람이, 모든 사랑이 끝난 뒤 서서히 붕괴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사랑이 끝난 두 사람이 서로를 헤집고 할퀴는 과정을 담은 강렬한 사랑 이야기다.
<헝거게임>,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각각 글로벌 프랜차이즈 무비 스타로 부상한 제니퍼 로렌스와 로버트 패틴슨의 첫 만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제니퍼 로렌스는 위태로운 관계 속에서 서서히 광기에 사로잡히는 아내이자 더 이상 글 한 줄도 쓸 수 없게 된 작가 그레이스로 분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전라 노출도 불사한 연기 투혼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점차 붕괴해 가는 인물이 겪는 불안과 혼란을 섬세하게 연기해 스크린 밖 관객들에게 몰입을 끌어낸다. 제니퍼 로렌스와 첫 협연을 펼친 로버트 패틴슨은 사랑하는 사람의 변화를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남자 잭슨을 연기했다.
<다이 마이 러브>를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인 로버트 패틴슨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없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려는 마음이 근본적으로 로맨틱했다”고 잭슨 캐릭터를 해석했다.

불안, 갈망, 광기의 세계를 탐구하는 대담한 연출
제작 단계부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추천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제작에 참여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자신의 독서 모임에서 원작 소설을 접한 뒤, 그레이스 역에 제니퍼 로렌스가 어울릴 것으로 판단해 그녀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작품의 강렬한 정서와 캐릭터에 공감한 제니퍼 로렌스는 연출자로 린 램지 감독을 적극 추천했다.
린 램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인물의 감정과 심리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촬영 방식부터 과감한 선택을 시도했다.
특히, 밤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실제 야간 촬영이 아닌 엑타크롬 필름을 활용해 낮에 촬영한 뒤 수작업으로 화면을 어둡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완성해, 현실과 감정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인물들의 내면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또한, 1.33:1 아카데미 비율의 화면 포맷을 통해 인물과 공간의 관계를 더욱 밀도 있게 담아냈다. 넓은 화면 대신 인물에 밀착된 프레임은 캐릭터의 심리적 압박과 감정의 폭주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주요 배경이 되는 집 역시 중요한 연출 요소로 작용한다.
린 램지 감독은 “그 집은 어떤 면에서 감옥처럼 느껴진다.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라, 주인공에게 갇혀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하며 공간 자체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자 한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러한 공간의 분위기는 그레이스의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