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의 경영관을 만든 다양한 경험
틸의 세계관 그리고 사업이나 투자를 판단하는 방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람은 스탠퍼드 대학 교수이자 저명한 프랑스 철학자인 르네 지라르다. 모방이론과 경쟁을 핵심 사상으로 삼는 지라르에 따르면 모방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에게는 남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자신도 갖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이유로 모방이 경쟁을 낳고 경쟁은 더 큰 모방을 낳는다는 것이다. 틸은 “사람은 모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심한 관찰력만 있으면 수많은 이들을 크게 앞지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 경쟁이 자신이 눈을 멀게 해 잘못된 길을 걷게 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저는 경쟁에서 이기는 데만 몰두했습니다. 그런 사람은 남과 경쟁할 때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그 밖의 능력을 성장시키지 못하는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하죠”
수학적, 이론적 사고력이 뛰어났던 틸은 체스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열세 살 미만의 어린이들이 겨루는 체스 대회에 출전하여 전국 7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고등학교를 전 과목 A 학점으로 졸업한 틸은 지원했던 모든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지만, 하버드대의 치열한 경쟁에 휘말리기 싫어서 스탠포드대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여 저명한 철학자 마이클 브래트넌 교수의 ‘마음, 물질, 의미’라는 강의를 들었고 이 수업에서 후에 링크드 인을 설립하는 리드 호프만을 만나게 된다.
스탠포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연방항소법원의 서기로 1년, 뉴욕의 대형 법무법인인 설리언 앤드 크롬웰에서 7개월을 일하고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서 파생상품 딜러로서 자산가치를 평가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익혔다. 철학과 법무 및 금융업무를 두루두루 섭렵한 경험은 틸이 천재적 투자자로서 종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소양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틸이 경영자로서 페이팔에서 잘한 것은 의사결정권자 대부분을 서로 속속들이 알고 절친한 인물, 각 분야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부서장으로 임명하고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책임을 지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한 가지만을 가지고 평가하였다. 처음에 그렇게 한 것은 그저 사람을 관리하는 일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오한 결과가 나타났다. 역할을 구분해 주다 보니 충돌이 줄어든 것이다. 회사 내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대부분 같은 책임을 놓고 동료들끼리 경쟁할 때다. 특히 신생기업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회사의 초기 단계에서는 업무 역할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경쟁을 제거하면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쉬워진다.
페이팔의 리스크관리 경험으로 팰런티어를 설립
2000년대 초반 페이팔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 커다란 문제는 매달 신용카드 사기에 1,0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1분에 몇백 건, 심지어 몇천 건의 거래를 처리했기 때문에 모든 거래를 일일이 확인 할 수는 없었다. 맥스 레브친이 수학자들로 엘리트팀을 구성하여 사기성 송금을 꼼꼼히 연구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가짜 거래를 알아내고 취소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짰다. 그런데 이 접근법도 금새 소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두시간 뒤에 도둑들이 이 상황을 파악하고 수법을 바꾼 것이다. 그래서 맥스와 공학도들은 복잡한 접근법을 채용해 소프트웨어를 다시 짰다. 잘 디자인된 유저 인터페이스상에서 컴퓨터가 의심스러운 거래를 적발해 내면 사람인 운영자들이 그 적법성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었다.
이 복합시스템의 이름은 자신을 절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떠벌렸던 러시아 사기꾼의 이름을 따서 ‘아고르’라고 이름을 붙였고 덕분에 2002년 1/4분기에 첫 분기 이익을 낼 수 있었다. FBI에서도 금융 범죄를 탐지하는데 아고르를 사용해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틸은 페이팔을 매각한 후에 페이팔 보안시스템의 인간-컴퓨터 복합 접근법을 이용한다면 테러리스트들의 연락망과 금융사기도 함께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2004년에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의 원천으로부터 어떤 통찰을 뽑아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인 팰런티어를 설립했다.
<포브스>는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내는데, 팰런티어가 도움을 주었다는 루머와 관련 해 팰런티어의 소프트웨어를 ‘킬러 앱’이라 불렀다. 팰런티어를 사용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반군이 사제폭탄을 어디에 심는지도 예측해 냈고, 내부거래를 한 고위직을 기소했고, 세계 최대의 아동 포르노 단체를 붙잡았다. 그리고 질병통제센터가 식중독에 맞서 싸우는 것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고도의 금융사기 탐지를 통해서 매년 시중은행과 정부가 수 억달러를 절약하게 해주었다.
시사뉴스 칼럼니스트 /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연구소 대표 윤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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