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살고 싶은 흡혈귀

2006.02.15 10:02:02

정보를 팔며 동료들을 배신하고 돈만 챙겨먹던 비리 형사가 흡혈귀가 되고부터 인간답게 살고자 정의감을 발휘한다. ‘흡혈형사 나도열’은 MBC ‘안녕 프란체스카’의 인기 이후 발견된 흡혈귀라는 소재의 매력을 코미디와 액션이라는 흥행 장르로 풀어낸다. ‘투캅스2’ ‘로스트 메모리즈’를 만든 이시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김수로가 주연을 맡았다.

흡혈모기에 물리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고성에 사는 드라큘라의 목을 문 흡혈모기가 택배사 항공기를 타고 서울로 들어온다. 흡혈모기는 스크린 경마장 사장 탁문수에게 수사 정보를 주고 돈을 받는 비리형사 나도열을 문다. 모기의 침이 꽂힌 부위부터 혈관은 급격히 녹색으로 물들어가고 나도열은 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흥분하면 흡혈귀로 변하는 비운의 신세가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감과 동시에 탁문수가 저지른 살인사건에 연루된 나도열. 흡혈귀가 된 나도열은 오히려 진정한 인간과 올바른 형사가 되기 위한 변신을 시도한다.

‘한국 최초의 흡혈귀 영화이자 히어로 영화’라는 ‘흡혈형사 나도열’의 광고 문구는 영화를 설명하는 명쾌한 문구기도 하다. ‘흡혈형사 나도열’은 한 마디로 흡혈귀 캐릭터를 히어로물 문법으로 풀어낸 영화다. 보통 ‘최초’라고 하면 ‘지금까지 어려워서 하지 못한 것을 드디어 해냈다’는 의미가 들어가게 되지만, 이 영화는 사실 ‘지금까지 할 이유가 없어서 하지 않은 것을 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이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특별히 한국적이지도 독창적이지도 않다는 뜻이다.

상투적이고 진부한
영화는 장르물의 전형적 법칙에 충실하다. 송곳니와 옅은 색의 눈동자, 그리고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이자 괴력의 힘을 가진 초월의 존재라는 흡혈귀의 코드들을 캐릭터에 부여해주고, 스토리는 ‘배트맨’ 등의 안티히어로물을 그대로 따라간다.

비리형사 주인공은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정신적 성장을 겪고 영웅으로 탄생하며, 열병 같은 그 성장의 과정에는 흡혈귀라는 정체성의 고민이 동반된다. 흡혈귀가 되고서야 진정한 인간으로 탄생한다는 아이러니나,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중의적 의미들마저도 숱한 안티히어로물들의 정석을 안일하게 차용할 뿐이다.

물론 조직폭력배를 때려잡고 강도를 가격하는 흡혈형사의 활약상은 헐리우드의 슈퍼히어로에 비하면 스케일 면에서 일상적 영웅담의 형태를 지닌다. 괴력을 가진 흡혈귀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에로물을 보는 자극을 줘야 한다던지 힘의 원천이 가면이라고 상대편이 착각한다던지 하는 코믹한 요소들도 헐리우드 안티히어로와는 다른 친근함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창의적인 것은 아니다. 안티히어로의 코미디판 또한 이미 많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유머감각도 김수로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무술 등의 액션 장면 또한 ‘많이 본’ 그림들의 흉내 내기에 그친다. 한국적이라고 할만한 청순한 여성 캐릭터와의 소모적인 러브씬, 청승맞은 연애담 등은 영화의 맥을 오히려 끊는 편에 가깝다.

김수로의 활약상
최근 스타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충무로의 경향을 반영하듯, 스타를 내세우지 않은 것은 이 영화의 특징이다. 비록 스타는 없지만 캐스팅은 화려하다. ‘목포는 항구다’ ‘효자동 이발사’ ‘알포인트’ ‘야수’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손병호와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미스터 소크라테스’ 등으로 조연계 스타로 떠오른 오광록, ‘범죄의 재구성’ ‘말죽거리 잔혹사’ ‘혈의 누’ ‘주먹이 운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천호진이 출연한다.
손병호는 여성적 취향을 가진 악당이라는 연기 변신에 도전해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준다. 하지만 캐릭터의 깊이가 얕은 탓인지 강렬함에 다다르기에는 2% 부족함을 채우지 못한다. 나도열의 분노를 다스리는 뱀파이어 헌터 신부를 연기한 오광록이나 강직하고 따뜻한 강형사 역의 천호진은 캐릭터의 상투성 때문에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다. 이 영화가 사실상 데뷔작인 조여정은 신인티를 벗어나지 못한 불안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 같은 평이함 혹은, 진부함 속에서도 김수로의 애드립과 코믹 연기는 간간히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스토리도 새롭지는 않지만 무난하다는 미덕은 갖추고 있다. 가볍게 즐기는 코미디를 선호하는 관객 성향에는 어느 정도 적중할 수 있을법한 장르물이다.

신성일의 행방불명
감독 : 신재인
배우 : 조현식, 예수정, 문슬예, 우준영
버려진 새, 버려진 개들, 그리고 버려진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고아원, 이곳은 원장이 밥값을아끼기 위해 세운 ‘식욕은 곧 죄’라는 극단적인 교리가 통용되는 이상한 세계다. 원장이 즐겁게 식사하는 것을 목격한 아이들은 그들의 수치심이 원장의 계략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되고 고아원에는 폭동의 기운이 맴돈다. 고아원에서 가장 믿음 깊은 소년 신성일은 금식까지 하며 원장의 교리를 따르지만, 도무지 빠지지 않는 통통한 외모로 인해 ‘숨어서 먹는다’는 비난을 받는 외톨이다. 교리를 무시하는 매력적인 전입생 이영애와 폭동을 꾀하는 친구 김갑수의 도발에도 꿋꿋했던 성일은 결국 닥쳐온 원장타도의 순간 어느 쪽에도 가담하기를 거부하고 고아원에서 뛰쳐나간다.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

감독 : 장 끌로드 브리소
배우 : 사브리나 세이베쿠, 코랄리 르벨
성인클럽에서 쇼걸로 일하고 있는 나탈리, 그녀의 당당함을 동경하는 바텐더 상드린. 클럽에서 해고되는 날 상드린은 나탈리의 제안으로 그녀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나탈리에 의해 쾌락과 욕망을 깨달은 상드린. 이제 그녀들은 자신들의 미모와 몸을 이용해 상류층으로 올라갈 계획을 세운다. 대기업의 비서로 취직한 상드린과 나탈리는 각자 유혹의 대상을 정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상드린의 1차 유혹대상은 회사의 중역인 중년의 드라크로와. 사무실에서 그들만의 은밀한 섹스를 즐기던 그들은 회사의 후계자인 크리스토퍼에게 문제의 장면을 들켜버리고 마는데, 크리스토퍼는 의외로 상드린에게 더욱 은밀한 게임을 제안한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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