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2002.04.08 00:04:04

세상을 향한 일갈(一喝)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자전거 ‘풍륜’을 타고 태백, 소백, 노령 차령을 넘고 또 강을 건너며 찬찬히 세상 자연에 대한 말걸기를 했던 김훈. 그가 이번에는 세상에
대한 말걸기를 했다.

김훈 世說이라고 이름붙인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는 저자의 세상읽기이다. 어느 한 편에 서서 그 기준을 제시해주는
해답서는 결코 아니다. 세상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 글을 쓰는 공적 개인이 아니라 그 자신이 세상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되어 바라보이는
데로 자유롭게 글을 썼다.

이 책은 분명 김훈의 이전 글쓰기와는 다르게 짧고 적확한 문장을 사용하여 명쾌함을 미덕으로 삼고자 한다. 세상에 대한 조롱을 위해서 그가
선택한 어법이다.

치정자들의 “책임지겠다”고 하는 소리는 “하나마나한 소리, 들으나마나한 소리”라고 일갈한다. 나라를 다 망쳐놓고 국민들을 피폐함에 찌들게
한 그들에게 책임을 지고 사과를 얻기 보다 그는 “차라리 추운 겨울을 나는 사람들을 위해 구세군 자선냄비에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넣자”고
말한다. 천원짜리 한 장이 책임의 소재를 따지는 고담준론과 명석한 이론보다 소중하다는 것이다.

또 우리의 지독한 파시즘적 여론재판을 경계한다. 그는 클린턴과 세무조사를 예로 들며 클린턴의 정액은 ‘사실’이었다고 말한다. 사실이 여론을
몰고 갈 때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클린턴의 정액이 입증해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세무조사를 보자. 그는 세무조사가 사실관계를 규명하려는
노력보다 여론몰이의 방식으로 전개되어 혐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입증되기 전부터 ‘구속불가피론’이 비등했음을 지적한다. ‘국세청 징수가 많다고
생각하는가’, ‘세무조사가 김정일 답방을 위한 정지작업용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주 구속은 마땅한가’ 등은 사람의 정서를 한 방향으로 몰고
가서 정치권력화하려는 의도이고, 이에 놀아나는 국민은 허수아비가 된다는 것이다.

단지 세상에 대한 그의 말들이 무거운 것만은 아니다. 가끔 발랄한 소리를 내며 읽는 이에게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원고료로 받은 10만원짜리
수표 2장을 아내 몰래 비자금으로 쓰려고 책 속에 넣어뒀다가 잃어버린 이야기에서 장자에 숨긴 줄 알고 책을 펼쳤더니 “슬프다, 사람의 삶이란
이다지도 아둔한 것인가! 외물에 얽혀져 마음이 다투는구나”라는 글귀 때문에 마음이 착찹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장을 넘기니 “무릇 감추어진
것치고 드러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글귀가 있어 수표찾기를 포기 안했다는 김훈. 결국 이 글도 비자금과 떡값 등 돈의 쓰임새를 논하며 끝을
맺는데 그 비유가 하도 적절해서 절로 공감이 간다.

김훈은 “정치적 억압에 대응하려던 전투의식이 젊은 날의 언어를 더욱 들뜨고 허성한 신기루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 초로의 길목, 세상의
중심에서 다투지 않고 한 걸음 물러나 조망하며 꾸짖는 그의 자세는 언어에 견고함을 주었고, 그 언어는 날카로운 칼처럼 우리의 폐부를 도려낸다.







신화와
예술


아리안 에슨/ 청년사/ 28,000

이 책은 다양한 이설들을 곁들이는 것은 물론, 각 신화가 갖는 중요한 의미와 맥락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현대문화 속에 나타난 그리스신화의
다양한 유산들까지 자세히 다룸으로써 독자들을 미궁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마음의
황금정원


장석주/ 그림같은 세상/ 11,000<마음의 황금정원>은 ‘물병자리의 시인’의 자기 고백적 산문집이다. 지금껏 자신을
옭아매어 온, 지난 삶이라는 암자 속에 웅크리고 앉아 ‘물병자리의 시인’은 빛 바랜 사진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며 ‘치열한 사유의
고투, 그리고 변태와 우화의 흔적이 있는 글’을 쓰겠다고 새삼 자신을 다그친다.


 


중국,
그곳에 가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박창수/ 인화/ 8,000

‘한강의 기적’만을 알고 중국의 변화에 둔감한 이들 중에는 아직도 ‘중국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라든가 ‘볼 것도 없는 곳’쯤으로만
과소평가하는 이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이 책은 중국의 급변하는 모습을 눈으로만 보지도 함부로 말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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