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허필숙 기자]'워터파크 몰카' 사건 이후 헬스클럽과 공중목욕탕 등에서 샤워나 탈의를 기피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촬영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몰래카메라 기기가 발달한데다 워터파크 몰래 카메라(몰카) 사건의 촬영자가 여성으로 밝혀지면서 '같은 여자끼리도 못믿겠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필라테스 센터. 20여명의 여성이 운동을 마치고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나 이들 여성 대부분은 탈의실에서 땀을 닦고 운동복만 갈아입을 뿐 샤워를 하지 않았다. 샤워실을 이용한 사람은 20여명 가운데 2명에 불과했다.
샤워실을 이용한 여성들도 수건으로 신체를 가리고 이동하는 등 내내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함께 있던 여성 가운데 한 명이 휴대전화라도 손에 들면 탈의실엔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운동 후 샤워를 하지 않고 밖으로 나온 김모(27·여)씨는 "그동안 별다른 의심없이 탈의실과 샤워실 등을 이용했지만, 워터파크 몰카 뉴스를 보면서 언제 어디서 찍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잠깐 찝찝하더라도 집에 가서 씻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어느 순간 샤워실을 이용하지 않는 회원이 많아졌다"며 "특히 젊은 여성 회원의 경우 몰래카메라 같은 것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의 한 요가 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요가 센터는 회원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샤워실과 탈의실에 핸드폰 사용 금지 문구 부착을 검토하고 있다.
강사 장모(29·여)씨는 "지금까지 몰카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샤워실 등에서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여성들이 많이 찾는 찜질방이나 스파 등도 몰래카메라 공포로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에 위치한 여성전용사우나 관계자는 "안그래도 장사하기 어려운데, (워터파크) 몰카 사건이 터져 곤란하다"며 "같은 여자끼리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됐으니 큰 일"이라고 말했다.
한 피부관리 업체 관계자는 "마사지실 1개에 6~7개의 베드가 있고 그동안 편의상 가림막 없이 영업을 해왔는데, 지난 주 부터 같은 여자들끼리 있어도 가림막을 쳐달라는 손님이 생겼다"며 "유출된 동영상을 보고 충격받은 손님들이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용인동부경찰서는 국내 대형 워터파크 3곳과 서울 한강 야외수영장 샤워실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로 최모(26·여)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최씨는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남성에게서 돈을 받고 워터파크 샤워실 등에서 나체 상태의 여성과 아동 100여명의 신체를 무작위로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