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돋보기】 두 소년이 마주한 변화의 계절 <클로즈>

2023.05.02 14:57:37

관계의 상처와 상실을 딛고 자라는 시린 성장영화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는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두 소년의 관계와 감정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루카스 돈트 감독의 신작으로 2022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탁월한 감각과 감성


벨기에의 작은 마을에 사는 13세 소년 레미와 레오는 둘도 없이 가까운 친구다. 함께 꿈을 꾸고, 꽃밭을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두 소년. 레미의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고 레미의 가족들도 레오를 친 자식처럼 사랑한다. 하지만 상급반으로 진학하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동성애’라는 혐오의 눈초리 속에서 친구들의 놀림을 받게 된다. 레오는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며 또래 친구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레오의 변해가는 모습에 상처받은 레미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린다. 


어린 소년들이 마주해야 했던 변화의 계절을 아름답게 표현한 이 작품은 ‘칸이 낳은 스타’로 불리는 루카스 돈트 감독의 신작이다. 탁월한 감각과 감성으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창조하며 셀린 시아마, 배리 젠킨스, 션 베이커의 계보를 이어갈 차세대 감독으로 손꼽히는 루카스 돈트는 첫 장편작 <걸>로 제71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27세였던 루카스 돈트 감독은 황금카메라상 뿐만 아니라 주목할 만한 시선 남우주연상, 퀴어종려상, 국제비평가협회상까지 총 4관왕에 올라 주목받았다. 


<클로즈>는 루카스 돈트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으로 공개 직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그리고 제35회 유럽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총 4개의 주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벨기에의 오스카로 불리는 제12회 마그리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7관왕에 오르는 등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결정적 시기에 대한 섬세한 묘사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 선 라라의 이야기 <걸>로 정체성에 대해 탐구했던 루카스 돈트 감독은 <클로즈>를 통해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보편적인 시선으로 확대했다. 특유의 다채로운 동선과 디테일한 움직임, 그리고 섬세한 묘사력이 더해지면서 <클로즈>만의 아름다운 미장센을 완성했다.


우정과 친밀함, 두려움 등으로 점철됐던 시기에 놓아버렸던 친구들을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은 어린소년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세밀한 시선으로 쫓으며 사회적 틀 안에서 개인이 얼마나 정체성의 많은 부분과 소중한 관계들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설득한다. 신체와 정신적인 변화를 겪으며 세상과의 관계가 확연히 변화되는 보편적인 인생의 한 시기를 관찰하는 루카스 돈트 감독은 누구나 경험하는 상실과 성숙의 순간들을 통해 인생과 관계의 본질, 정체성의 탐구를 보여준다. 내가 버린 ‘나’의 한 조각에 대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회상이자 회환, 혐오, 분노, 죄책감이기도 한 이 영화는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차분한 화법이 강점이다.


레오와 레미를 연기한 에덴 담브린과 구스타브 드 와엘의 뛰어난 연기가 드라마에 완성도를 더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기차 안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에덴 담브린을 우연히 보고 레오 역에 캐스팅했고, 이후 총 40명의 배우들을 두 명씩 짝지어 오디션을 보도록 해서 시너지를 확인한 후 캐스팅을 완성했다. 댄서이기도 한 에덴 담브린은 연기 데뷔작 <클로즈>를 통해 제12회 마그리트 시상식 신인남우상 수상 및 제35회 유럽영화상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레미를 연기한 구스타브 드 와엘은 배우이자 모델로 프랑스의 TMC 채널의 TV 쇼 <Quotidien>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안젤로 티센스 각본가, 프랭크 반 덴 에덴 촬영감독, 발렌틴 하드자드 작곡가 등 <걸>을 함께 만든 제작진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으며 이창동 감독의 <시>를 비롯해 <미스터 터너> <트루 시크릿>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미셀 세인트-진이 합류했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Copyright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05510)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11 (신천동) 한신빌딩 10층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창간발행인 겸 편집인 회장 강신한 | 대표 박성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정민 l 등록번호 : 서울 아,00280 | 등록일 : 2006-11-3 | 발행일 : 2006-11-3
Copyright ⓒ 1989 -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sisa-news.com for more information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